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경제의 건전성 회복에 역행하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활동 가운데 총선을 염두에 둔 듯한 이벤트성 행사가 많아진 것은 차치하고라도 각 부처가 내놓는 정책들에서 그런 경향을 읽게 된다. 포퓰리즘 정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일부 계층은 단기적으로 수혜를 받을지 모르지만 경제 활력과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려 다수 국민에게 해가 되는 정책이 포퓰리즘 정책이고 선심정책이다.
우선 공무원 및 공기업 채용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그렇다. 공공부문은 지난 정권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4대 개혁에서 가장 성과가 미진한 분야다. 민영화 등을 통한 효율성 개선이 시급한 마당이다. 그런데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미뤄 두고 채용만 늘린다면 비능률은 심화되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더구나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지 않고 어떻게 노동계에 고용유연화에 대한 협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출산장려금 지급과 고용증대세액공제제도 등은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국민의 주머니만 축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경우 국가재정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년을 60세까지 강제 연장하는 방안도 노 대통령이 말한 일자리 창출의 방법론인 규제완화와 투자환경 개선에 역행한다. 당장 기업들이 부담만 늘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하철 빚 국고 탕감 방침도 선심성 냄새가 물씬 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경제처럼 잘 들어맞는 분야는 없다. 정경유착의 근절, 시장원리에 따른 효율성 제고, 고용의 유연화, 집단이기주의 자제 등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은 하나같이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건실한 성장의 토대 위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 길밖에 없다. 단기적인 대책은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돼야 한다. 단기적인 대책이 주가 되면 경제는 골병이 들게 마련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는 정책 불투명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몇 달째 계속되는데도 노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말은 애매하기만하다. 경제팀 수장이 바뀐다는 것은 특정한 정책 몇 가지가 바뀌는 것보다 경제 주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김 부총리는 총선에 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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