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보고 문제점]‘세금깎아 일자리 늘리기’ 효과 의문

  • 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55분


재정경제부가 2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재경부 업무계획은 ‘일자리 창출’과 ‘조기 경기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요 수단으로는 △고용증대 특별세액공제 도입 △특소세의 원칙적인 폐지 △노인·퇴직자의 저축에 대한 세제(稅制) 지원 △예산의 조기집행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제시됐다.

이 정책들은 총론적 제목으로만 보면 상당히 화려하다. 하지만 내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거나 효과가 의문시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재경부 올해 주요 업무내용
▽경기 조기회복
-상반기중 예산 54% 조기집행
-성장률 5%이상 될 때까지 저금리 기조 유지
-국가채무 신축적 운용
▽일자리 창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사회협약 체결
-증가된 고용인력에 대해 1명당 100만원 세금감면
-이공대 교수, 특허심사인력, 출연연구기관 연구인력 증원으로 이공계 일자리 확대
▽투자활성화
-시계, 보석 등 일부품목 특소세 폐지
-기초원자재 무세화 등 기본관세율 인하
-토지규제 일원화 및 대폭 완화
▽서민층 생활안정
-부동산관련 제도 정비
-사교육비 경감방안 추진
-이동전화 요금 인하
-노인·퇴직자 등의 저축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금융시장 안정
-퇴직연금 제도 조기 도입
-고액현금거래 보고제 도입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지원 기능 강화
자료:재정경제부

재경부의 이날 업무보고를 포함해 최근 정부 각 부처에서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정책이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금 동원한 고용확대책, 효과는 의문=재경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토지규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노사안정에 주력해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늘리기의 대책으로는 직접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직전 2년 평균 상시근로자(3개월 이상 고용된 근로자) 수보다 더 많이 고용하는 기업에는 추가 고용 1인당 100만원을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고용 유인책을 3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세금을 내는 기업들의 평균 납부액이 연간 2800만원인데 1인당 100만원 감액(減額)은 적은 지원이 아니다”며 “다른 나라들도 고용을 유인하기 위해 각종 지원방안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은데 1년에 100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인원을 더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잇따라 나오는 각종 감세(減稅) 및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재정악화가 예상되지만 이를 보전할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이 총선 승리를 위해 ‘비용-편익 분석’과 정책 실효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행정부를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특소세율 조정 및 노인·퇴직자 대책의 허실=재경부는 이날 “자동차, 유류 등 ‘외부 불경제 품목’(공해 등 타인에게 비용을 발생시키는 상품과 서비스)을 제외하고는 특소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현재 특소세 과세 실태를 보면 ‘특소세의 원칙적 폐지’라는 표현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이번 정책으로 전체 특소세의 91%를 차지하는 석유류 제품과 자동차, 에어컨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되고 나머지 10%도 안 되는 프로젝션 TV 등 고급 TV와 보석, 귀금속 등이 폐지된다. 이를 두고 ‘특소세 폐지’를 내세우는 것은 ‘구호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코드 맞추기’ 의혹도=재경부는 올해 업무 비전을 ‘열린 재경부’라고 정하고 정책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부처가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총선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총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있고, 김 부총리는 ‘열린우리당’의 총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특별히 인용부호까지 넣어가면서 ‘열린 재경부’라고 강조한 대목은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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