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관권선거땐 국민신뢰 잃을것”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27분


김수환 추기경이 20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예방을 받고 관권선거 논란과 반미친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토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수환 추기경이 20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예방을 받고 관권선거 논란과 반미친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토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29일 ‘신(新)관권선거’ 논란과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행정력을 동원한다는 의심이 있는 가운데 선거를 치른다면 열린우리당이 제1당 또는 과반수 정당이 되더라도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오전 서울 혜화동성당 사제관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관권선거 논란이 있는 한) 총선 이후에도 우리 안의 갈등은 계속 남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추기경은 또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다음 선거는 반드시 공명정대한 선거가 돼야 한다”며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표를 많이 못 얻더라도 공명선거를 할 때만 국민이 그 결과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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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이전 국민 제대로 설득한적 있나”

김 추기경은 “요즘 관권선거가 통하겠느냐”는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의 반론에 대해 “대통령이란 권능의 자리에 있으니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할 수 있지 않느냐”며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그 예로 들었다.

김 추기경은 “수도를 옮기는 것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해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며 “왜 수도를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이유를 아무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추기경은 “한나라당도 ‘그것에 찬성하지 않으면 표를 잃을 텐데’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수도 이전은 백년대계, 천년대계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추기경은 친노 성향의 시민단체인 ‘국민참여 0415’에 대해서도 “내거는 간판은 ‘공명선거 국민참여’이지만, 반대파에선 ‘실제로 그 모임의 주축은 노사모’라고 한다. 실제 그렇지 않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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