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위법 여부는 고사하고 민씨가 실제 투자자금을 모았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모았나=민씨는 29일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다른 영향력을 사용해 돈을 모았다면 수조원은 더 모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친인척임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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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점이 투자자금 모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씨 자신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내가 하면 안 될 것도 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씨와 친분이 있는 한 시장 관계자는 “민씨가 과거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자금을 끌어 모으는 전문가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업자들이 민씨의 병원이 망하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시장 관계자는 “30억원 규모의 사모(私募)펀드를 만드는 데도 3∼4개월이 걸리는데 두 달 만에 650억원을 모았다는 것은 어쨌든지 놀라운 자금 동원력”이라고 밝혔다.
▽누가 투자했나=민씨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감원은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화를 걸어오는 투자자는 없다.
신해용(申海容)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이 같은 사건이 터지면 투자자들이 전화로 문의를 해 온다”며 “전화가 없는 것을 보면 투자 사실 자체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투자자이거나 아직 투자자금이 모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최근에 저금리이고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주상복합 등 부동산에 투자해 떼돈을 번 사람들이 또다시 이 돈을 튀길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자들에겐 민씨 같은 인물의 소문이 빨리 퍼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벤처투자가 극히 부진하기 때문에 민씨가 하려는 사업은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부동산개발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당받는 ‘계좌 시행’이라는 사업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법 여부 논란=금감원은 현재 민씨가 회사를 설립하지 않은 채 투자자와 사적인 계약을 하고 투자자금만 모아놓은 상태로 ‘투자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현 단계에서는 민씨가 투자계약서상에 원금 보장과 과도한 수익을 내걸었을 경우 유사수신행위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앞으로 실제 어떤 투자 형태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신 국장은 “벤처캐피털, 뮤추얼펀드, 부동산개발회사 등 어떤 투자업종을 택하든 모은 자금을 갖고 회사를 등기한 뒤 금감원, 중소기업청, 건설교통부 등에 등록을 하면 큰 문제가 없으며 민씨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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