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장 “경선 출마자 모두를 죄악시 하지 말아라”

  • 입력 2004년 1월 31일 00시 05분


“경선 출마자 모두를 죄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30일 자신의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자금에 대해 최소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며 한화갑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정 의장은 이날 광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나에게 진흙탕에 들어와 함께 뒹굴자고 하지만 지금은 진흙탕에서 나와 몸을 깨끗이 씻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정 의장의 한 핵심 측근은 “경선을 끝까지 치르느라 운동원 수고비도 제대로 못 줬는데 경선 자금으로 10억원을 받은 경우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한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방침에 대해 “훌륭하고 따뜻한 분인데 안타깝다”면서도 “우리 정치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장은 2002년 김근태 당시 민주당 고문의 2000년 당내 최고위원 경선 자금 모금 고백과 관련, 자신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으로부터 2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그 해 5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검찰의 출두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고 결국 검찰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점을 참작해 정 의장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수사를 마쳤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김근태 "경선후보 중 누구도 법을 지킬수 없었다"▽

김근태 대표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법조차 없었다. 모든 경선 후보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그런 정치 현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사진) 원내대표는 30일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불법자금 문제가 여권과 민주당간의 정치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자 이처럼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당내 대선후보나 지도부 경선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악의가 아닌, ‘입법 미비’에 따른 범죄자가 계속 양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의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때 법적 한도 이상의 불법자금을 썼다”고 2002년 3월 양심고백을 했고, 같은 해 대선후보 경선 때 16개 시도 중 제주와 울산 경선을 마친 뒤 사퇴했었다.

당시 여야 정치권에선 “김근태가 법을 어겼다면, 그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김 대표는 ‘깨끗한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의 불법 경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치개혁 추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과거 문제를 앞으로 얼마나 더 감당해야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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