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최근 정국은 역사의 필연적 흐름”

  • 입력 2004년 1월 31일 01시 26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서영훈(徐英勳)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나라사랑 원로모임’ 인사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최근 정국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인 것 같다”며 “오늘 이 상황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털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 운전석에 앉은 내가 할 일은 차를 바르게 몰아 승객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 다음 대통령이 기다리는 목적지까지 잘 가게 하는 것”이라며 “내가 맡은 구간만큼은 운전을 잘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길이 넓게 확장돼 대로가 만들어졌고 길이 넓게 닦여졌다”면서 “그 길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 와 보니 그 길이 잘 포장이 안돼 구덩이도 있고 흙탕물이 고인 곳도 있어 오면서 먼지나 흙탕물을 뒤집어 써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으로 서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며 보니까 내가 뜻을 세워 가는 것보다 역사와 변화의 순리를 어떻게 겸허하게 수용하는가가 큰일이다. 내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기보다 변화 상황을 수용하고 국민들이 불편 없이 수용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국가적 지원을 통한 대학평준화, 국민 대화합, 경천애인(敬天愛人) 정신 고양, 친일파 잔재 청산, 이공계 우대,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등을 주문했다.

이날 만찬에는 고은(高銀) 시인, 박형규(朴炯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권이혁(權彛赫) 성균관대 재단이사장, 강만길(姜萬吉) 상지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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