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악화 방지'최우선 과제 ▼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기대’는 충족되지 못한 반면 ‘우려’는 그대로 현실화됐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기본 임무가 국민의 기대는 충족시키고 우려는 불식하는 것이라면 이번에 교체된 새 외교안보팀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한미관계 악화 방지다.
지난해 5월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미동맹 50주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비롯한 양국 동맹관계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나 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미 양국간에는 북한 핵,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등 중요한 현안들과 관련하여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한미동맹관계를 새삼 ‘자주냐 동맹이냐’, ‘민족공조냐 동맹공조냐’라는 양자택일의 단순 논리로 몰아세우는 듯한 ‘반미자주’ 성향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학계와 언론계에서,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 일각에서는 한국을 더 이상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 중립국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대두했고 북한은 마치 때가 왔다는 듯이 남쪽을 향해 민족공조의 소리를 높이면서 반미자주 입장을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남북한간 군사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한 군사 대화는 계속 일축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만을 주장하는 비자주적이고 비민족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모순된 태도에 대해 그간 정부는 어쩔 수 없는 일인 양 치부하면서 사회 경제 문화 교류에만 치중함으로써 기왕에 해 오던 남북군사대화마저 점점 멀어지게 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에 교체된 새 외교안보팀의 짐은 매우 무거울 수밖에 없다. 새 진용은 한국의 ‘반미자주’ 여론과 미국의 ‘염한(厭韓)론’을 헤치고 양국 사이의 중대한 안보현안인 북핵 문제, 이라크 추가 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등을 원만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선 새 외교안보팀은 현재 국제 안보 현안의 핵심이 반테러 반확산 반독재의 전쟁이며 이 전쟁은 전적으로 미국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전쟁의 성공 여부는 좋든 싫든 우리의 안보와 번영에 직결된다. 또한 미국과의 상호 신뢰 및 동맹관계가 원만히 유지되지 못할 때 그 결과가 우리 안보와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냉철하게 계산해야 한다. 이는 결코 민족감정이나 자주성의 문제가 아니며 바로 우리 국가이익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反美-崇美 이분법 발상 극복해야▼
무엇보다도 새 외교안보팀은 ‘반미(反美)냐, 친미(親美) 및 숭미(崇美)냐’라는 등의 시대착오적인 이분법적 개념이나 발상을 과감히 극복하고 현실 여건하에서 국익 증진을 위한 최선의 국가 전략적 선택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를 판단해 국민에게 당당하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최우선의 현안은 바로 한미 동맹의 신뢰 회복과 동맹 의지의 재확인일 것이다.
박용옥 한림대 교수·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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