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씨 말바꾸기 행진… 갈수록 미궁

  • 입력 2004년 2월 5일 18시 48분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가 5일 경찰 조사에서 653억원 모금 사실 자체를 부인함에 따라 ‘민경찬 펀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씨는 이날 자신이 최근 시사주간지 인터뷰 등을 통해 말했던 모금 사실이 모두 거짓이라고 번복했다. 그러나 그가 며칠 사이에 여러 번 주장을 바꾸고 있어 이 말 또한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실체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체 없는 사기극일 가능성=모금 자체가 없었다는 민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투자자는 누구이며 몇 명인지 △합법적인 모금이었는지 △총선용 자금인지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개입했는지 등 사건을 둘러싼 숱한 의혹은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 민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수백억원을 모금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최근 석달 동안 월 400만원의 사무실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최근 잇따른 사업 실패로 경제적 위기를 맞은 민씨가 빚 독촉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경찰은 수사 착수 6일 동안 투자자는 물론 투자금의 일부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이 사기극일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사건 은폐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그러나 민씨 진술만으로 이번 사건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4일까지만 해도 민씨가 여러 번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653억원을 모금했다”는 기본 뼈대는 일관되게 주장해 왔기 때문.

따라서 민씨가 대통령 친인척임을 이용해 거액을 끌어 모은 뒤 사건이 의외로 커지자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4일만 해도 “투자금은 동업자들의 계좌에 있다”고 큰소리쳤던 민씨가 동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금 사실 자체를 부인했을 수도 있다.

특히 민씨가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 “돈을 모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면 사건이 더 커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는데도 4일 경찰에 연행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존 주장을 거듭한 이유도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과 금감원,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사실 민씨나 노 대통령, 그리고 투자자가 있다면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사기극으로 결론 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따라서 민씨가 투자금을 분산 예치해 놓고도 진실을 덮기 위해 발뺌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민씨의 진술만으로 사건 전모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결국 앞으로의 수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이지만 사건 초기부터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킨 경찰을 못미더워하는 시선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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