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당선 1주년 기념 축하행사에서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여러분은) 수천억원씩 든다는 대선자금을 수백억원으로 줄여 줬고, 우리는 이 승리를 시민혁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도 2002년 대선 당시 지지자들의 모임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네티즌과 20, 3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켰던 흐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인 셈이다.
▽제2의 ‘시민혁명론’인가=노 대통령은 이날 “이들의 활동이 사회적 폐해를 끼치지 않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자”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선거법에 묶여 있어서 어느 정도 활동이 부자연스럽다 할지라도 법적 해석을 관대하게 해서 장려하는 게 옳다”며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측은 “시민단체의 당선운동 또는 낙천·낙선운동의 배후세력 정점에 노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 확연히 판명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노 대통령의 발언과 야당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아직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민참여 0415’가 아직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2002년 11월 20일 노사모를 사조직으로 규정해 폐쇄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어떤 단체든 출마 후보자를 위한 사조직으로 판명될 때에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활동이 본격화될 경우에는 위법성 시비가 불거질 전망이다.
▽정국현안에 대한 입장=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의 경선자금 수사에 따른 형평성 논란에 대해 “검찰이 부정한 뇌물이나 정치자금의 제공 과정을 조사하다 보니 그 끝에 경선자금이 닿아 있었던 것일 뿐이다”며 “이를 편파수사, 표적수사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선 당시 저비용으로 치른 사람도 있고, 고비용으로 치른 사람도 있는데 나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 같은 사람은 저비용 그룹에 속한다”고 자평했다.
재신임 제안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를 거치는 게 나의 도리이기 때문에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과 연계하는 방안은 정치적 논란이 예상돼 여러 가지 궁리를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불법 대선자금 10분의 1 초과 시 정계은퇴 발언과 관련해서는 “수사가 다 끝난 뒤 합리적 평가기준에 의해 10분의 1이 넘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결코 10분의 1을 넘지 않을 것으로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돈인 민경찬씨의 펀드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일로 인해 국민에게 또 하나의 의혹을 던져드려 송구스럽다”며 “철저히 수사해 처벌받을 사람이 있으면 단호하게 원칙대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채용제도 ‘혁명적’ 변화 강조=노 대통령은 공무원과 공기업의 채용제도와 관련해 “혁명한다는 마음을 먹고 전체 시험제도를 지금 전부 다 뜯어고치고 있는 중”이라며 “지방 소재 대학 출신의 5급 국가고시 합격률이 14.4%인데 이를 지방대 학생 비율에 가깝게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또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 교류에 관해 “지역의 고급인력은 해당 지방대 출신으로 먼저 충원하고, 그 다음에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을 교류시키는 체제로 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노무현 대통령 선거 관련 주요 발언 | |
“존경하는 우리 노사모 회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다시 한번 나서 달라.” (지난해 12월 19일, 리멤버 1219 행사) | |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꼴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총선 출마 대통령비서관과의 오찬) | |
“주변 인재들과 특히 대통령과 가까운 당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열심히 뛰면 이길 것 이다.”(지난해 12월 30일, 신상우 민주평통 부의장과의 회동) | |
“선관위에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7명과의 오찬) | |
“대통령도 정치인으로 열린우리당 입당 의사는 확고하다.” (1월 4일,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과의 회동) | |
“정치는 정치권의 노력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 힘으로 바꿔 왔습 니다.”(1월 14일, 연두기자회견 기조연설) | |
“홍위병이네 뭐네 이렇게 매도해서는 안 된다.”(2월 5일, 강원 지역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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