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核유출’ 6자회담 변수로…美, 北압박 카드 활용할듯

  • 입력 2004년 2월 5일 19시 03분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사진)가 4일 북한 리비아 이란에 핵기술을 유출한 사실을 공개 시인하면서 ‘파키스탄 핵 커넥션’이 북핵 6자회담의 새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칸 박사가 북한에 넘긴 핵기술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수준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 “칸 박사의 정보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그간의 주장이 모두 허풍인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 핵 확산 문제에서 분수령이 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파키스탄이 북한에서 장거리미사일 개발 기술을 받는 대신 북한에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해 왔다.

미국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북 당시 북한의 ‘고백’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유일한 근거로 제시해 왔지만 ‘통역상 오류’ 또는 ‘과장’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해 왔으며 중국도 미국측 정보를 믿지 못하겠다고 의심해 왔다.

그러나 칸 박사의 고백으로 미국은 그동안의 주장에 신뢰성과 정당성을 얻었으며 6자회담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최대의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북한이 2차 6자회담에 응한 것은 이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자회담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을 한 데 이어 최근 칸 박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북한의 태도가 종전보다 누그러졌다”고 말했다고 LA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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