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풍’ 재수사 착수]940억원의 진실은…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강삼재(姜三載)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 등을 이른 시간 안에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안풍 사건 재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기 재수사 착수 배경=검찰은 강 의원의 법정 진술이 나온 직후까지도 전면 재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안기부 예산 횡령 사건’이라는 공소사실을 뒤집을 만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재수사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7일 본격 재수사 쪽으로 급선회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강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더구나 강 의원이 2001년 검찰의 이 사건 수사 당시 소환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큰 파장을 불러올 진술을 재판에서 했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강 의원을 불러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또 검찰이 강 의원 소환 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흔들리는 것과 사건이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쟁점=가장 관심이 쏠리는 포인트는 940억원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 강 의원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돈이 안기부 예산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광범위한 계좌추적 결과에다 김 전 운영차장과 안기부 예산관계자 등의 진술 등이 모두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기부 예산 이자 등을 모아 신한국당에 전달했다고 주장해 온 김 전 운영차장측이 940억원의 출처와 전달된 곳, 전달 과정 등을 담은 진술서를 27일 재판 때 제출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반면 강 의원측 변호인 주장과 같이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돈이 안기부 예산이 아닌 외부자금으로 확인된다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된다.

강 의원의 변호인측은 이 돈이 안기부 계좌를 통해 세탁된 외부자금이며 돈의 최초 출처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대선잔금이거나 통치자금, 당선축하금 등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변론하고 있다.

만약 문제의 돈이 전액 안기부 예산으로 재확인되면서 김 전 대통령도 돈의 전달과정에 개입한 것이 드러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의 공소시효가 10년이어서 강 의원 등과 함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대선잔금이라면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으며 당선축하금 등 대가성이 있는 돈이 섞여 있다면 뇌물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수사 전망=검찰의 방침대로 강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강 의원이 벌써부터 검찰 소환에 불응할 듯한 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다음 달 12일 열릴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 전 대통령이 출석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검찰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강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하느냐 여부가 안풍 사건 재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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