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FTA 또 무산된 한국 국제 迷兒로 남겨질것”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55분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고건 국무총리(뒷줄 오른쪽)가 허상만 농림부장관(뒷줄 왼쪽)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정부는 대외신인도 하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고건 국무총리(뒷줄 오른쪽)가 허상만 농림부장관(뒷줄 왼쪽)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 처리 지연으로 정부는 대외신인도 하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로이터, UPI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비준이 무산된 상황을 긴급 타전하면서 FTA 처리가 계속 늦어지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UPI는 한국이 ‘국제 미아’로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한-칠레 FTA 협정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데다 한국 정부가 농가에 10년간 10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농민들이 FTA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한국 농업은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 비해 훨씬 큰 정치적 위세를 떨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UPI는 국제적인 자유거래 네트워크에 가담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또다시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FTA 타결이 무산되면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는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도 “비준안 처리가 다시 연기되면 한국의 신뢰도와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칠레에 이번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신장범(愼長範) 주칠레 대사는 10일 외교통상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세 번째 무산된 상황에 대해 “만장일치로 비준을 마친 칠레의 정부 의회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9일 일시 귀국한 신 대사는 “칠레 상원이 지난달 22일 비준안을 통과시킨 뒤 현지 언론은 한국이 이번엔 동의해 줄 것으로 보도해 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30일과 지난달 8일 두 차례나 일부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비준안 처리를 가로막은 기사와 사진이 현지 신문에 보도돼 칠레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간담회에서 ‘칠레가 농업강국이어서 FTA가 맺어지면 한국 농민은 죽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칠레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과와 배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포도는 FTA가 발효된 뒤에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모가 연 4000만∼5000만달러 선으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칠레의 대한(對韓)수출은 포도가 1300만달러, 키위가 170만달러, 포도주가 260만달러 규모이다. 한편 페르난도 슈미트 주한 칠레대사는 10일 “이번 비준 무산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고, 국회비준 지연은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대사는 또 KOTRA 리포트를 인용해 “(무관세를 보장하는 FTA의 비준 지연으로)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휴대전화의 가격 경쟁력이 FTA를 맺은 국가의 노키아(핀란드) 에릭슨(스웨덴) 제품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양국간 윈-윈 협정… 꼭 체결해야”▼

“최근 미국과 호주가 1년간 협상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이제 FTA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과 칠레 사이에도 FTA가 맺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페르난도 슈미트 주한 칠레 대사(사진)는 10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칠레 FTA 비준안이 통과되기를 강하게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슈미트 대사는 “한국은 어떤 나라와도 FTA를 체결하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이는 한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제 칠레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FTA를 맺은 유럽연합(EU) 제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슈미트 대사는 “칠레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고 한국은 완제품 수출이 많아 FTA를 맺으면 서로 보완 관계가 된다”면서 “한-칠레 FTA로 한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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