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하게 드러난 당리당략과 총선용 이기주의는 저들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량이었나 하는 근원적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익을 외면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4월 총선은 부패국회, 무능국회, 국익외면 국회의 준엄한 심판대가 될 것이다.
FTA 체결은 세계적 대세다. 가능한 한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이다. 더구나 칠레와 맺은 협정이 발효된다고 해도 우리는 FTA 경쟁에서 세계 최하위를 다투는 한심한 신세다. 그런데도 국회는 ‘표결 방식’을 놓고 싸우다 끝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국민이 얻은 것이 있다면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대세를 읽지 못하는 의원들의 편협한 시각과 농촌 의원들이 중심이 된 반대파 앞에서 쩔쩔매는 지도부의 무능을 똑똑히 목격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 많은 의원 중에 비록 선거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을 지키고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비준이 무산됐으니 상대국에는 뭐라고 해명하며, 일본 싱가포르와는 어떻게 FTA 협상을 한단 말인가. 추락한 대외신뢰는 또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라크 파병안 처리 무산도 무책임한 짓이다. 정부가 한미동맹관계, 여론 동향,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마련한 파병안을 놓고 정치권은 눈치만 살피는 비겁한 행동으로 일관했다. 국가의 명령에 의해 이라크에 가야 하는 젊은 장병들이 그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특히 정신적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의 기회주의적 처신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나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파병안을 방치하다 본회의 상정 직전 추가 당정협의를 요구하는 그들의 머릿속에 제대로 된 국정 청사진이 들어있다고 믿을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서 의원 석방안과 노무현 대통령 및 정동영 의장 경선자금 수사 결의안을 슬그머니 끼워 넣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작태 또한 그 당위 여부를 떠나 떳떳하지 못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관계는 국민 눈에 당리를 위해서는 결탁하면서 국익과 정의 앞에서는 갈라서는 기형적인 야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여전히 책임을 미루며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하기는 ‘FTA에 반대했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는 총선용 구호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상당수 국회의원의 귀에 국익을 챙기라는 국민의 외침이 들릴 리 없을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판 16대 국회의 임기가 곧 끝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유권자들은 이제 올바른 대의정치를 위해 엄정한 주권행사로 국회를 다시 세우겠다는 결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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