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과제]꺼져가는 시장 살릴수 있을까

  • 입력 2004년 2월 10일 23시 43분


‘구조조정의 달인(達人)’으로 불렸던 이헌재(李憲宰)씨가 다시 관계(官界)로 돌아왔다. 2000년에 이어 재정경제부 장관을 ‘재수(再修)’하는 것이지만 ‘그냥 장관’이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경제부총리다.

이 부총리는 ‘금융시장을 잘 안다’는 평을 듣는다. 옛 재무부 금융정책과장과 재정금융심의관을 거친 뒤 1979년 공직에서 물러나 대우그룹과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일했다. 재무 관료와 민간기업을 거치면서 익힌 금융시장에 대한 감각은 이번 발탁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1998년 4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에 발탁되면서 각광을 받았다. 1년9개월 동안 금감위원장을 맡으면서 DJ 정부 초기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의 구조조정 노력은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공과(功過)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당시에는 국내기업의 해외매각과 부실기업 퇴출 등 ‘이헌재 방식’만이 살 길이라고 믿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강도(强度)가 지나쳐 ‘국부(國富) 유출’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최근 이 부총리는 외국계 자본의 진출에 대항하기 위한 ‘토종(土種) 펀드’ 육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번 입각으로 ‘이헌재 펀드’ 구상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그가 서둘러야 할 과제는 꺼져 가는 경제의 성장엔진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과 고용불안 해소, 노사관계 재정립도 난제(難題)다. 재경부 장관이었던 2000년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논리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서울대 법대와 행정고시 6회에 수석합격한 그는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의 한 명’으로까지 불린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고 골프와 바둑, ‘폭탄주’가 수준급이다.

고 진의종(陳懿鍾) 전 국무총리의 사위로 부인 진진숙(陳眞淑) 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방송기자 출신인 딸 이지현(李至絃)씨는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부대변인을 거쳐 현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공보관을 맡고 있다.

△중국 상하이(60) △경기고 △서울대 법대 △재무부 재정금융심의관 △대우반도체 전무 △한국신용평가 사장 △금감위원장 △재경부 장관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李부총리 일문일답▼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앞으로 경제정책은 성장에 중점을 두겠지만 개혁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입각 발표가 난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경제에 대해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나.

“1960년대와 70년대를 이끌어 온 경제체제가 작동을 못하고 있다. 이걸 유지하려고 몸부림치면 마찰만 생긴다. 마찰을 해결하면서 잘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과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성장이다. 다만 성장시키면서 쳐낼 것은 쳐내겠다.”

―재경부 장관을 두 번째 맡게 되는데….

“요즘 같은 경제 여건에서는 일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두 번이나 부탁했다. 이왕 맡았으니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가야하며 극단으로 치닫지 않아야 한다.” ―최종 결심은 언제 했나. “어제 저녁 한 걸로 돼 있지 않나.” ―‘이헌재 펀드’는 어떻게 되나. “오늘은 그만하자. 다음에 얘기하겠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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