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안’ 처리 놓고 與노릇 못하는 與黨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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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왼쪽)와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11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 문제에 관한 당정협의를 위해 국회 귀빈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김대표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의안 처리를 놓고 설전을 벌여 정부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서영수기자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왼쪽)와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11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 문제에 관한 당정협의를 위해 국회 귀빈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김대표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의안 처리를 놓고 설전을 벌여 정부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서영수기자
“명색만 여당이 아니라 책임을 다해야 한다.”(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

“정부와 함께하되 ‘비판적’으로 협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김근태·金槿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원내, 원외대표가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11일 당정협의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벌인 설전 내용이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당정협의는 정부 여당의 입장조율 부재가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 처리 무산의 한 요인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긴급히 마련된 것. 그러나 초반부터 이 같은 설전이 벌어지자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과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 정부 쪽 참석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근본원인인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무엇이 국익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당정간 이견을 조율하러 온 조 장관 등은 여당의 ‘쌍두마차’간에도 의견조율이 되지 않고 있는 현실 앞에 맥이 빠진 듯한 표정이었다.

조 장관은 “국가안보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계획한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해 국제사회에서 미국 등 관련국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파병동의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어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도 갑론을박은 계속됐다.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는 “(전투부대 파병은 안 된다는) 당론을 변경해 정부안대로 통과시키자는 의견과 의원 개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자유투표는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해 12일 의총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2일 의총에서 정부안을 뒷받침하는 여당의 공식 당론이 도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파병부대의 ‘재건 평화부대’로서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김 원내대표와 임종석(任鍾晳)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 ‘평화우호세력’, ‘여당의 도리’를 내세우는 정 의장 등 상임중앙위원들간의 의견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파병동의안에 대한 입장이 뒤늦게 정리된다 해도 이미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이 팬 상태라 후유증도 우려된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정 의장이 이 같은 ‘2인3각’ 행보를 보이는 것은 4년 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두 사람의 경쟁이 복잡한 당내 인적구성과 맞물릴 경우 자중지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날 4당 총무회담에서 13일로 어렵게 날짜가 잡힌 파병동의안의 국회 처리 문제도 결국 ‘자유투표’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전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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