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최병렬號 침몰위기…한나라 진통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와 박진(朴振) 대변인이 12일 주요 현안에 대한 최병렬(崔秉烈·사진) 대표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전격적인 사퇴는 공천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과 전날(11일) 소장파 의원들의 최 대표 퇴진 요구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지도부 퇴진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은 확산될 전망이다.

▽잇따른 당직자 사퇴 파문=홍 총무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석방요구 결의안 통과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무산 등에 대해 총무로서 책임을 지고 16일 FTA 비준안이 처리되는 대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홍 총무가 밝힌 사퇴의 변은 외견상 원내대책 파행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것이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홍 총무는 우선 당직 사퇴를 통해 최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 방식을 우회 비판한 셈이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공천심사 작업이 공천 후유증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지금의 화(禍)를 자초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엔 최 대표 주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겼다. 특히 최 대표 주변에서 연일 홍 총무를 겨냥해 ‘서울 강북, 일산 징발설’이 흘러나오는 것을 자신을 흔들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홍 총무의 사퇴는 최 대표를 향한 소장파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최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는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홍 총무가 이날 소장파 의원들의 최 대표 퇴진 요구를 “충정은 이해하지만 사려 깊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한편 박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변인으로서 서 전 대표의 석방동의안 가결에 대해 당의 입장을 합리화한 데 대해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당 위기, ‘네 탓이오’ 공방=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소장파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소장파도 모든 걸 걸기로 한 만큼 당내 갈등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충정을 당의 에너지로 흡수해 위기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미래연대가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대표를 물러나라고 한 것은 당을 깨고 나가겠다는 해당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 대표는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질 일”이라고 파문 진화에 나섰다.

▽최 대표의 난국 타개책 주목=전날 소장파 회견을 주도한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이제 할 말은 다했다. 남은 것은 대표의 결단뿐”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찬종(朴燦鍾) 고문도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 대표의 ‘자기희생적’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당분간 당 안팎 여론을 수렴한 뒤 17일 관훈토론회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젊고 참신한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선대위의 조기 출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최 대표를 면담한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은 “최 대표의 현실 인식은 절대 안이하지 않다”며 “조만간 대응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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