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기 청와대’ 총선 잊어야 한다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46분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되는 등 청와대 진용이 개편됐지만 국정 사령탑으로서 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 개편 자체가 ‘새 출발’의 의미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 올인’ 전략에 따른 출마자 정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전 총선에 출마할 인사는 청와대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 연두 회견에서는 고위직에 총선 총동원령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의 결과를 보면 결국 앞뒤가 다르지 않은가. 상당수 비서관에 이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까지 ‘총선용’으로 징발했으니 청와대가 ‘총선 대기소’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문제는 새롭게 출범한 ‘2기 청와대’가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고 제대로 국정과 민생 현안을 챙길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대통령의 마음이 온통 총선에 가 있는데 수족(手足)인 청와대 참모진이 어떻게 대통령의 사고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는 코드인사, 아마추어리즘, 온정주의, 측근비리 등이 겹쳐 온갖 국정 혼란의 진원이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여기에다 총선 출마나 비리 의혹 등으로 물러난 인사의 후임자를 찾지 못해 정무수석 등 일부 주요 보직이 공석인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청와대 보직은 그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청와대는 이런 시행착오를 털고 국가 최고의 엘리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새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총선보다 국정이 우선’이라는 곧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서실장부터 총선을 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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