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뿐 아니라 ‘왕수석’으로 불려온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까지 동반 사퇴함으로써 여권의 권력 핵심부에 ‘힘의 공백’이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으로 대변되는 ‘386’그룹에 이어 문 전 수석으로 대표됐던 ‘부산파’까지, 노 대통령에게는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양대 참모그룹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난 셈. 이제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중에 노 대통령의 곁에 남은 사람은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이 유일하다.
연세대 총장 출신인 김우식(金雨植) 신임 비서실장과 검찰 출신 변호사인 박정규(朴正圭) 민정수석을 기용했지만,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실장의 경우 정치인 출신이 아닌 데다 관리형 또는 전문경영인형 비서실장. 박 수석도 ‘조용한 보좌’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로 청와대의 ‘2인자 그룹’은 사실상 해체된 셈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모든 참모들을 1 대 1로 상대하는 직할체제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참모그룹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무튼 인사권의 경우는 충청 출신인 김 실장과 영남 출신인 박 수석, 호남 출신인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이 상호 견제하는 정족(鼎足)형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대통령정치특보를 맡은 김원기(金元基) 최고고문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본래 노 대통령의 측근 시니어그룹을 대표했던 염동연(廉東淵) 전 노무현 후보 정무특보의 ‘막후 조율사’로서의 활동반경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염 전 특보가 13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실세의 부활”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전 수석의 사퇴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내에는 당과 문 전 수석간의 파워게임에서 당이 이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각종 인사민원이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당 소속 의원 보호 등을 놓고 문 전 수석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문 전 수석은 사퇴 직전 당 핵심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당에서 나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며 입장을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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