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崔대표의 선택은…대표퇴진 요구-당직자 줄사퇴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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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최근 갈등양상에 대해 한 당직자는 13일 이처럼 절망적 심경을 토로했다.

박찬종(朴燦鍾) 고문과 이원형(李源炯) 의원이 이날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비난하고 나서자 당 지도부는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석방요구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박종희(朴鍾熙·경기 수원 장안) 의원의 공천 배제 방침으로 맞섰다.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內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주류-비주류 갈등 증폭=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남긴 인사에 대해선 단호히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며 “박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석방결의안을 처음으로 언급한 홍사덕(洪思德) 총무와 석방결의안에 동조 서명한 다른 의원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박 의원의 공천 배제는) 국민의 뜻이다”라고 강변했다.

이를 놓고 최 대표가 서 전 대표 석방결의안 수습의 화살을 비주류 진영에 맞춰 박 의원을 ‘속죄양’으로 선택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날 최 대표는 “(박 의원 공천 배제를) 보고받지 못했다. 김 위원장에게 물어봐라”고 발을 뺐으나 한 당직자는 “서 전 대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더니 미운 놈을 솎아낸 뒤 ‘사당(私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 발의할 때 어느 정도 예상했고, 개인 문제로 반발하진 않겠다”며 “내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전 대표는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나중에 하자”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 포항남-울릉지역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김형태씨의 지지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대표실로 몰려들며 이 지역에 대한 공천 재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최근 이상득 현 사무총장을 이 지역의 단수 후보로 결정했다. -서영수기자

▽‘블랙홀’에 빠진 한나라당=한나라당은 13일에도 당직자들의 사퇴선언과 지도부에 대한 규탄이 잇따랐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은 “이번 공천을 보니 원칙도 기준도 없다”며 당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히 당의 위기를 수습한 후 책임을 지겠다”고 가세했다.

박찬종 고문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대표는 원칙과 정도에 입각한 당 운영을 하지 않아 당의 내분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이재오(李在五) 의원도 “지도부가 양지(陽地)를 찾고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러나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없다”고 지도부의 ‘자기희생적 결단’을 촉구했다.

▽사면초가에 직면한 최 대표=최 대표는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 “최근 당이 언론보도나 실제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의견 수렴에 나섰다.

최 대표는 전날(12일)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죽은 자식을 놓고 넋두리하는 부인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속으로 피를 토하고 있는 남편”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17일 관훈토론회를 통해 총선 불출마와 선대위 조기 출범 등 수습책을 내놓고 당 내분 수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와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들은 최 대표의 수습책이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그칠 경우 ‘총선 전 전당대회 소집 후 대표 교체’를 추진할 태세다.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하자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도 나돌아 총선 전 분당(分黨)이란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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