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신변안전 최우선 과제 ▼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문제다. 사담 후세인의 체포 후에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걸린다. 며칠 전에는 미중부군 사령관이 테러공격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최근 테러전이 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불길한 소식도 들린다.
따라서 파병을 앞둔 장병들의 신변안전 및 부대방호가 최우선의 당면과제다. 현재 주둔 예정 지역인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의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방탄용 피복과 장갑차량 등 군수물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현지사정에 맞는 교전수칙과 작전절차를 수립해 효과적인 위기관리 및 신속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이라크 국민에게 적절한 ‘민사(民事) 심리전’을 실시해 전투병 파병의 평화적·우호적·질서유지적 성격을 홍보해야 한다.
주변 아랍권 국가들에 대해서도 외교통상부 장관의 순방 등을 통해 추가파병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특사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랍권 일부의 반한(反韓)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파병 명분의 유지, 파병 기한의 연장 여부,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 등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전투병 추가파병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미국을 서운하게 한 점이 있었다. 작년 11월 ‘원치 않으면 오지 마라’는 투의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섭섭함을 잘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정부는 이번의 추가파병을 계기로 삐걱거리던 한미동맹관계를 복원하고 한미공조에 이상이 없음을 재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제2차 6자회담 개최를 비롯한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왕 어렵게 하는 파병인 만큼 실속 있는 ‘파병외교’를 통해 우리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1000억달러 이상의 건설시장과 자동차·전자제품 시장 선점 등 전후 복구사업에서 기대되는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이 조기파병을 통해 미국을 정치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경제적 반대급부를 받아낸 사례가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간 과격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는 이라크 파병국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동을 방문하는 우리 여행객, 재외공관 및 상사 주재원들에 대한 테러 대비와 영사보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테러정보 수집을 위한 국제협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평화 성격’ 알리며 실익 얻어내길 ▼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이라크 파병에 따른 후유증을 줄이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시민단체들도 무익한 파병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또 총선 정국에서 이라크 파병문제를 낙천 낙선운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이번 전투병 추가파병을 통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국위 선양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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