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승 특검補 사의 파장…"파견검사가 수사 교묘히 방해"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24분


대통령 측근비리 김진흥(金鎭興) 특별검사팀에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비리 의혹 사건을 맡은 이우승(李愚昇) 특검보가 1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 특검보가 “파견검사 등의 수사거부와 김 특검의 수사권 박탈 등으로 더 이상 특검보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사퇴이유를 밝힘에 따라 향후 특검 수사에 상당한 지장이 예상된다.

이 특검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김모 파견검사에게 수사지시를 내렸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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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런 상태로는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특검에게 파견검사 취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특검보는 특히 “수사관들을 독려하기 위해 ‘피조사자의 뺨을 때리는 한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수사하라’고 말한 것을 파견검사가 ‘폭력수사 지시’라고 대검에 보고하고, 해당 수사관들을 불러 진술조서를 받기까지 했다”며 “파견검사가 특검에게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특검은 결국 (나의) 수사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이 특검보는 2일 썬앤문그룹의 115억원 농협 사기대출 관련 조사과정에서 농협 최모 과장을 2차례 발로 찬 사실을 이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파견검사의 수사방해나 대검 서면보고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진흥 특검은 이날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이 특검보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특검법에 명시된 직무상 가혹행위 및 기밀누설금지 조항에 따라 이 특검보에 대한 해임을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검은 이어 “이번 사태는 이 특검보와 파견검사 사이에 수사방법 등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대검도 “김 검사로부터 이 특검보가 폭력수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팀의 수사 진행 상황이나 특검팀의 내부 문제 등 어떤 내용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구속) 회장의 동생인 D개발 문병근 대표이사를 소환해 대선 전 그룹 내에서 뭉칫돈이 오간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비리 의혹과 관련해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51)를 17일 소환할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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