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일단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계없이 법을 위반한 기업인을 형사조치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겠지만 검찰은 나름의 입장이 있다”며 “죄질과 자수 자복 여부 등이 형사조치의 최우선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하겠지만 그렇다고 불법을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형사소추의 원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발언이 미묘한 시기에 나와 결과적으로 검찰의 선택 폭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의 대담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은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제 검찰은 그동안 ‘자수 자복의 정도’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기업 총수 1, 2명을 포함한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검토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나온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기업인 형사처벌에 대한 검찰의 입지를 오히려 축소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검찰이 대통령 눈치를 본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도 지금까지의 고려보다 더 강경한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발언했고 이 발언은 현재까지도 검찰에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의 마지막 수순으로 기업인들을 본격 소환해 형사소추하겠다고 한 기간이다. 또 5대그룹이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에서 ‘682억원 대 0원’이라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무현 후보 캠프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팀 내부에서는 기업인 형사조치와 관련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중수부장이 ‘삼성의 경우 채권 112억원에 대해 자수 자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자신의 이날 오전 발언이 삼성그룹에 대한 선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강력히 부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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