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유례가 없는 물갈이 바람과 정치개혁 등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중량감이 있거나 이미지가 참신한 경제계 인사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일부는 성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들의 고사도 만만치 않으며 대체로 ‘월척’이 많지 않다는 평이다.
1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재계 인사의 영입작업은 사실상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여당 프리미엄’을 업고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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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입당식을 가진 이 전 회장이 “어찌 보면 가장 비시장경제적인 열린우리당이 저의 작은 능력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열린우리당에는 또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를 지낸 한행수(韓行秀) 삼성E&C 회장이 지난해 10월 입당해 당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웅진그룹 계열 사장급 임원에 대해서도 영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윤환(金潤煥) 전 의원의 친동생인 김태환(金泰煥) 전 금호피엔비화학 사장이 경북 구미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또 이수증(李壽曾) 전 삼성중공업 부사장이 경북 칠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나 공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구해우(具海祐) 전 SK텔레콤 상무가 1년 전부터 입당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정치권에서는 이병규(李丙圭) 전 현대백화점 사장,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 윤윤수(尹潤洙) 필라코리아 사장, 이규황(李圭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등 재계 인사와 안철수(安哲秀) 안철수연구소 대표, 이재웅(李在雄)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영입 대상자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사업에 전념하겠다”며 고사하고 있는 상태. 이 전 현대백화점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차례 출마 제의를 받았고 1월 말까지도 연락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3월 중순 이후로 예정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총회를 전후로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KCC)간의 경영권 다툼 중재역할에만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차 미국에서 2주째 머물고 있는 윤 사장은 비서진을 통해 “정치권으로부터 정식으로 출마를 제의받은 적이 없으며 정치에 나설 계획도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
안 대표측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자주 거론돼 왔지만 안 대표 본인은 ‘내 갈 길이 아니다’는 의지를 확고히 표명했다”며 출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다음 이 사장도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의 이 전무는 전화통화에서 출마 제의를 받았거나 출마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할 얘기가 전혀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정치권의 이러한 재계인사 영입 움직임에 대해 전문성과 기업경영 경험을 가진 인사의 출마가 ‘새 정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인이 기업 활동에 전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뒷받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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