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승 특검보 전격 사퇴]수사방해 있었나 돌출행동인가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57분


이우승 특검보가 16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특검팀을 떠났다. 김진흥 특검은 이 특검보의 행동을 해프닝으로 치부했지만 이 특검보의 표정은 단호하다.  -전영한기자
이우승 특검보가 16일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특검팀을 떠났다. 김진흥 특검은 이 특검보의 행동을 해프닝으로 치부했지만 이 특검보의 표정은 단호하다. -전영한기자
대통령 측근비리 김진흥(金鎭興) 특별검사팀의 이우승(李愚昇) 특검보가 16일 전격 사퇴하고 이에 따른 내홍(內訌)까지 겹쳤다. 이로써 ‘김진흥 특검호(號)’는 리더십 부재와 신뢰성 논란에 휩싸이며 앞으로의 진로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내부갈등과 가혹행위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될 경우 말끔한 수사 마무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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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왜 이러나=검찰이 수사를 마친 사건에 대해 특검이 재수사를 하면서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조급해진 특검팀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는 게 특검팀 안팎의 분석이다.

김진흥 특별검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특검팀 사무실에서 이우승 특검보의 사퇴 표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특검의 굳게 닫힌 입에서 불편한 심기가 배어난다. -전영한기자

“2월 중순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한 특검팀으로서는 부담이 컸던 상황. 이 특검보가 2일 피조사자의 발을 차고 다음날인 3일 수사관에게 “뺨을 때려서라도 알아내라”는 무리한 지시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은 ‘수사성과에 초조한 특검보’와 ‘경험 많은 파견검사’간의 의견 충돌이 불씨가 됐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

이 특검보는 피조사자가 썬앤문그룹에 37차례나 불법대출을 해놓고도 줄곧 ‘업무착오였다’는 말만 되풀이하자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파견검사는 “특검 수사 범위를 넘어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건관련자 친인척에 대한 포괄적인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검보는 사법연수원 졸업 뒤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한 반면 파견검사는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 회장의 외화 밀반출 사건을 수사했고 1999년 옷로비 의혹 사건 특검팀에서도 일했던 부부장 검사다.

▽남은 수사 잘될까=특검보가 1명 빠진 상태여서 특검팀은 당장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창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전혀 내용을 모르는 새로운 특검보를 임명하려면 부담이 있다. 여기에다 특검보에 적절한 인물을 짧은 시간에 찾아내 당사자의 ‘허락’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 특검의 리더십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파견검사가 처음부터 수사를 방해했고 수사 상황을 대검에 보고했다’는 이 특검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파견수사관들이 교체될 수도 있다.

특검 및 검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특검 수사과정이 검찰에 보고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온 만큼 수사의 공정성도 상당히 실추됐다.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점도 앞으로 수사의 신뢰성에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특검보 사퇴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해는 지고 갈 길은 먼’ 특검호에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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