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에게서 받은 940억원은 안기부계좌에 섞여있던 돈”

  • 입력 2004년 2월 17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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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재 의원
강삼재 의원
‘안풍(安風)사건’(국가안전기획부 자금의 총선자금 유용사건)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16일 “96년 총선 당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940억원은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 머물고 있는 강 의원은 이날 저녁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YS가 돈을 줄 때 자금의 성격은 말하지 않아 어떤 돈인지 알 수 없었다”며 “그러나 YS가 안기부 자금을 총선자금으로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17일 발매되는 신동아 3월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상식적으로 국가기관 예산 5000억원 중 1000억원을 밖으로 빼돌리면 지탱할 수 있겠느냐”면서 “당시 안기부 계좌에 연말에 2000억∼3000억원씩 남아있었다면 거기에는 안기부 자금 외의 다른 자금도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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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강 의원의 주장은 YS에게서 받은 940억원은 안기부 계좌에 섞여 있던 정치자금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94년 말이나 95년 말 안기부 계좌에는 잔액이 1000억∼2000억원씩 남아있었다”면서 “단순히 수표가 안기부 계좌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안기부 예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의원은 “당시 안기부 계좌에 입금된 돈이 5000억원뿐이었는지, 아니면 ‘+α’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다른 자금이 섞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며 “검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1심 재판부도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변호인의 계좌추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최근 재판과정에서 ‘당시 그 돈은 YS에게서 직접 받은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일각에서 YS에 대한 배신 운운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신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이제 더러운 돈정치의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조폭도 아니고, 무슨 의리를 얘기하나. 인간적 신의만 생각해 진실을 감추면 국민은 어떡하고 역사는 어떡하느냐. 나는 3년간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고, 자살도 몇 차례 생각했다. 어른께 누가 될지는 모르나 진실을 밝혀 국민과 역사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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