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대통령이 일 좀하게 해달라”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50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인천 경기지역 언론과의 합동회견에서 ‘개헌 저지선’(국회 의석의 3분의 1 이상)의 확보가 최소한의 목표임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국회 의석수가 현재(273석) 상태로 유지된다면 91석 이상, 299석으로 늘어난다면 10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회견에서 “대통령을 맡겨주었으니까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일 좀 하게 해 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총선 결과를 재신임과 연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다시 밝히면서도 “총선 후에 결정할 것은 결정하겠다. 단계적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국민의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단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에 따른 후속 대응구상을 가다듬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장관들의 사퇴와 총선 출마에 따른 ‘총선 올인(All-in)’ 비판에 대해서는 “15대 국회 때는 7명의 각료가 나갔고, 16대 국회 때도 6명인가 나가고 이번에도 그 정도 나갔다”며 “올인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으니까 특별히 이번에 많이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올인이라고 해서 꼭 나쁘게 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으로 봐 달라”고 반론을 폈다.

노 대통령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소회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언론과 대판 싸움을 벌여서 시끄럽게 한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이 조금 불안하고 가볍게 보여서 걱정이라는 게 국민의 소감 같다”며 “그러나 내 나름대로 거시적 안목을 갖고 눈앞의 정치적 인식에 급급하지 않고 착실하게 국정을 운영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의 권위를 좀 풀어 보려다 보니 몇 가지 말이 부적절하고 가벼워 보였다”며 “그러나 역시 대통령은 대통령의 어법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해서 편안하면서도 조금 품위도 있어 보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선 “미군에 대북억지력조차 의존하려는 심리적 의존상태는 건강하지 못하다. 한국이 남의 나라 군대를 방패막이로 앞에 내세워 놓고 인계철선 얘기를 하면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느냐”며 “미 2사단이 서울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동북아 전체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은 상당기간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답방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도 해야 한다”며 “그러나 북핵문제로 협상하는 국면에 정상회담 주제 같은 것이 잘못 끼어들어 가면 혼선이 생긴다. 1단계 합의라도 이뤄져서 안정국면에 들어서고 나면 그다음에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다시 꾸려가겠다”고 설명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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