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형은 50년 만에 중국 땅에서 재회한 동생과 함께 공안에 붙잡히는 신세가 됐으며 자신만 풀려나 또 다시 속절없이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
김기상(金基相·75·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씨는 지난해 12월 17일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이산가족찾기운동을 하는 S씨가 “동생이 국군포로로 북한에 끌려갔으며 최근 탈북해 중국에 있다”고 전해준 것. 휴전 직후 동생의 전사 통지를 받고 연금까지 수령했던 터였다.
김씨는 동생 기종(其淙·72)씨를 만나기 위해 여동생 정숙(正淑·67) 말숙(末淑·60)씨와 올해 1월 5일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옌지(延吉)시의 한 민가에서 4남매가 부둥켜안은 채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요.”
그러던 중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다. 한국의 3남매는 영문도 모른 채 체포돼 여권을 빼앗겼다. 공안은 “탈북자를 만나는 것도 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음날 남매는 공안국에서 수갑을 찬 기종씨를 만날 수 있었다.
“동생이 ‘이제 북한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만 하더군요. 왜 탈북했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볼 틈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죠.”
열흘 만에 여권을 돌려받은 김씨는 1월 15일 귀국해 한 달 동안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다니며 “동생을 살려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껏 “기다리라”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
“부처마다 담당자 한 번 만나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더군요.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50년간 북한에서 고생스럽게 지낸 동생은 아직도 타국에서 한뎃잠을 자고 있는데….”
이에 대해 외교부 동북아 2과 관계자는 “보안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관련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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