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지율 하락-리더십不在 위기의식 고조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50분


“이러다가 ‘호민련(호남판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8일 당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정체상태 속에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당의 상황을 이처럼 걱정했다.

실제 당이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자 최근 당의 개혁 정체성 상실을 비판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정범구(鄭範九) 의원에 이어 총선 포기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서울 지역구 출마를 강권 받아 온 김강자(金康子) 전 총경이 출마를 고사한 것을 두고서도 “당 지지도가 확고했다면 호남표가 많은 서울 강북지역을 고사했겠느냐”는 말들이 많다.

최근 당 운영에 불만이 많은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대구지하철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도 불참했다.

당 내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쓴소리 리더십’을 기획해줄 시스템 부재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또한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이 총선 후 대표 경선을 염두에 두고 출신을 불문하고 마구잡이로 외부인사를 끌어들이는 바람에 전통적 지지층과 당료 등이 반발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의 ‘3부재(不在)’ 현상을 타파하지 못하면 총선은 필패다. 리더십과 원내전략, 인물이 모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치적 역동성이 부족한 조 대표의 ‘도덕적 리더십’을 메워줄 추 상임중앙위원의 경우 ‘개인플레이’만 하고 있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의원 석방결의안 동조에서 나타난 것처럼 원내전략 부재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도 “민주당이 명확한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칫 캐스팅보트 역할조차 할 수 없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3월 초에는 열린우리당에서 호남지역 2, 3명을 포함해 7, 8명의 의원을 영입해 갈 것이라는 ‘괴담’마저 당 안팎에서 나도는 실정이다. 한 당직자는 “차라리 한나라당이 부럽다. 대표까지 휘청거리고 깨지다 보면 새 살이 돋을 틈이라도 생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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