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재경차관 총선러브콜 거부…"老母 뜻 때문"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52분


“어머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요즘 고위 공무원 사회에서는 여권(與圈)의 집요한 총선 출마 ‘러브콜’에도 흔들리지 않은 김광림(金光琳·사진) 재정경제부 차관이 화제다.

김 차관은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총선 올인 전략’을 펴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경쟁력이 높은 그를 ‘징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공직 사퇴 시한인 이달 15일까지 강도 높게 출마를 요청했다.

주변 인사들도 “총선에서 당선되면 제일 좋고, 낙선하더라도 여당이 ‘전사(戰士)시킨 부채 의식’ 때문에 총선 후 좋은 자리를 보장하지 않겠느냐”며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때마다 김 차관은 “노모(老母)께서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거절했다. 안동에 있는 노모가 현직 국회의원인 자신의 남동생이 고생한 사례를 조목조목 들며 아들의 정치 입문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 김 차관의 외삼촌은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박시균(朴是均·경북 영주) 의원이다.

김 차관은 “출마를 권하시는 분들에게 어머니의 뜻을 꺾는 불효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러 사람들에게 반대급부를 노린 ‘꼼수’는 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총선 징발령’에 응하지 않은 김 차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여당의 제의를 거절한 것이 ‘괘씸죄’에 걸려 앞으로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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