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청와대의 '자기 자랑'

  • 입력 2004년 2월 19일 19시 35분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18일 ‘참여정부 출범 1년’의 성과와 업적을 담은 자료집을 내놓았다. ‘대한민국은 뚜벅뚜벅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자료집은 참여정부 1년 동안의 업적을 소상하게 담고 있다.

기자가 보기에도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한 일이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료는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었고, 제왕적인 권력문화를 해체했으며 시장의 불확실성도, 사회적 갈등도 잘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여기에다 ‘로드맵만 그리고 성과가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에만 신경 쓴다’ ‘대통령 리더십이 없어 나라가 불안하다’는 항간의 비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그게 아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32쪽에 달하는 자료의 어디에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리 소홀로 인한 국민적 실망,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정책 혼선, 암울해진 민생경제 등 지난 1년간 값비싼 대가를 치른 시행착오나 파행의 원인에 대한 뼈저린 자기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해명과 ‘자기 자랑’만 가득 담아 놓았다.

더욱이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별도 머리말에서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거대 야당과 일부 언론의 앙칼진 비판의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묵묵히 견디면서 결국 법과 제도로 해냈다”고 토로했다. 마치 언론의 비판이 국정혼선의 주범 중 하나인 듯한 이 수석의 상황 인식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밤늦게까지 묵묵히 일하며 국정을 챙기는 많은 ‘청와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수석비서관실의 경우 하루 종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회의 등으로 ‘별 보고 출근해 별 보며 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청와대가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앞서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가 이것밖에 안 돼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면 어땠을까. 자책하는 청와대에 국민은 오히려 위로와 성원의 박수를 보냈을 것 같다.

최영해 정치부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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