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號 좌초하나]“崔퇴진 불가피” 결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일단 ‘퇴진 불가피론’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수도권 초재선, 영남권, 중진, 대구 경북 출신 일부, 불출마 의원 모임 등 각 계파 대표들은 20일 국회에서 만나 “최 대표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최 대표가 물러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영남권 출신 의원 모임의 대표인 신영국(申榮國) 의원은 “총선 일정상 새 대표 선출이 힘들기 때문에 최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당 중앙위 부의장단과 각 분과위 대표들은 국회를 방문해 최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반면 나머지 대부분 의원 모임의 대표들은 모두 최 대표 사퇴에 의견을 같이했다.

불출마 의원 모임의 대표인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대표가 퇴진을 거부하면 전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이 모여 퇴진을 촉구하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최 대표 퇴진 요구가 대세를 이뤄감에 따라 당내에서는 ‘포스트 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한목소리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각 모임이 언제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각 모임간에 새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과 선거대책위원장 후보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지도부 및 당의 정체성에 대한 구상이 전혀 다른 이질적인 세력이 한 모임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 소장파의 경우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당이 ‘반노(反盧) 세력의 결합체’가 돼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은 이를 거부하면서 ‘건전 보수세력의 집합’으로 당의 성격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공동의 목표인 최 대표 퇴진이 성사되더라도 각 모임간에, 또 모임 내부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며 분당 움직임 등 새로운 분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