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이 날 못살게 굴어 자구적 방어”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50분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한국 언론은 진실과 사실에 치열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에 대한 책임감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며 “일부 소수 언론은 특수한 과거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쌓고 그 기득권적 질서를 그대로 관철해 나가고자 하는 시대역행적인 경향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KBS 1TV에 녹화방영된 도올 김용옥(金容沃)씨와의 특별대담에서 “특권과 반칙 야합, 이런 것으로 거래돼서는 미래가 없지 않느냐. 다 바꿔가고 있는데 끝까지 안 바꾸고 거기에 익숙한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그중 한 가지이고 언론사도 그런 기초 위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한 것에 대해 “그냥 자기들끼리 그러면 좋겠는데 나도 못살게 하니까 나도 자구적인 방어를 해야 하지 않느냐. 언론 일반을 개혁하려고 했다기보다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방어했을 뿐이다”고 답했다.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이번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그 문제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지도자로서 구차하지 않게 구체적인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반드시 재신임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내가 큰 승합버스의 운전석에 타고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국민의 평가에 의해 내리라는 명령을 받기 전에 덜렁 차를 세워 놓고 내리겠다고 할 수 없는 게 내 처지”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등으로 도덕성이 훼손된 데 대해선 “강물이 흐르다 보면 도시를 지날 때도 있고 큰 농토도 지나면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온다”면서 “좀 민망스럽지만 2급수 정도는 되지 않느냐. 4급수도 있는데 2급수는 조금 정화하면 먹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검찰과 관료사회 전반에 혁명적 수준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천지개벽이 진행 중이다”고 평가한 뒤 ‘386 코드인사’와 ‘편 가르기’ 비판에 대해 “그것은 흠잡기일 뿐이다. 자꾸 편파적으로 갈라서 보려는 사람들 눈에 자꾸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교육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 속에서 창의적인 교육의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교육 원로와 관료들, 사학재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두 축이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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