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매수 정당’이라니…한나라 ‘이인제 돌출’에 당혹

  • 입력 2004년 2월 20일 23시 17분


“‘차떼기 정당’에 이젠 ‘매수 정당’이라는 오명까지….”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때 자민련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매수하려 했다는 검찰 발표가 나오자,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20일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한 듯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당 내분 사태에 이은 검찰의 대선자금 출구조사 여파로 한나라당은 이날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듯했다.

먼저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측은 “돈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이 전 총재로서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또다시 도덕성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은진수(殷辰洙) 부대변인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비리는 ‘측근 개인 비리’로 축소되고 대선과 경선 때의 두 라이벌만 죽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과 이 의원간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이 의원은 1차적으로는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단일화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여론조사 직전 당내 몇몇 중진 의원과 함께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방안까지 깊숙이 논의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노 후보의 신승이었고, 이 의원은 12월 1일 민주당을 탈당해 이틀 후인 3일 자민련에 입당했다.

한나라당과 이 의원의 접촉이 본격화된 것은 그 즈음이다.

당시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직접 나서 탈당한 이 의원의 지지를 설득했으며, 이병기(李丙琪) 전 특보 등도 이 의원 참모들을 만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 전 특보는 “당시 행정수도 문제로 충청권 지지율이 떨어져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 의원에게 접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의원을 바로 입당시킬 경우 ‘제2의 경선불복’이라는 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의원에게 자민련에 입당한 뒤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설득해 이 후보를 지지하도록 도와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특보가 ‘입당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 이 후보와 경쟁했던 사람으로서 한나라당 입당은 곤란하다고 판단했고 다만 ‘보수대연합’ 입장에서 자민련에 입당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대선 중립’을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대선기간 동안 “급진세력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 중도 합리적 보수가 국가경영을 맡도록 어느 당과 연대해 후보를 돕겠다”며 반노(反盧) 노선을 분명히 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이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며 사실상 이 후보를 지지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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