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지 키르쿠크 내전 위기 고조

  • 입력 2004년 2월 23일 15시 28분


파병 초기 이라크 현지 주민들의 환영을 받아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 일본 자위대가 최근 주민들의 분노와 반발을 사고 있으며 테러공격을 당할 위험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의 자이툰부대가 파병될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은 쿠르드족과 아랍계 민족간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나타난 현상이어서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일본 자위대가 주둔 중인 이라크 남부 소도시 사마와의 주민들은 1월 자위대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지역방송은 자위대가 빈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는 장면을 방영했고 거리에는 '일본 친구들을 환영한다'는 벽보가 붙을 정도였다. 자위대가 기간시설을 복구하고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대가 무너지면서 생긴 실망감이 노골적인 적대감으로 바뀐 것.

자위대 활동을 취재하러 온 일본 기자들이 두 차례 박격포 공격을 받는 등 직접적인 공격 행위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위대 숙영후보지의 땅을 갖고 있는 미르살 하심 무함마드는 "일본은 당초 예상했던 토지 임대료의 8분의1 밖에 안 되는 돈을 제시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위대 관계자는 "우리에겐 그 같은 기대를 충족시킬 능력이 없다"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테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내전위기 고조되는 키르쿠크=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 등 쿠르드족 대표 정당의 지도자들이 키르쿠크를 쿠르드족 수도로 삼을 계획이라고 범 아랍 신문 '앗샤르크 알-아우사트'가 21일 보도했다.

KDP 간부인 나자트 핫산 카림은 알-아우사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키르쿠크는 역사적으로 우리(쿠르드족) 땅"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쿠르드족의 주장에 대해 아랍계 주민들은 키르쿠크 분열을 획책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아랍계 주민 모하메드 카릴은 "쿠르드 정당들이 키르쿠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경우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르크멘족인 타레크 제멜 코페를도 "쿠르드족이 키르쿠크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계속 주장하면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르드족과 아랍계는 모두 중화기로 무장한 민병대조직을 갖춰 이들 종족간 반목을 방치할 경우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21일 저항세력이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의 민방위대 본부를 자동화기로 공격했으며 모술에서도 미군이 자주 이용하는 도로변에서 폭탄이 터져 이라크인 1명이 숨졌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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