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피고인' 박지원…링거 꽂은채 항소심 출석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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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힘겨운 항소심 첫 공판을 치렀다.

최근 녹내장 수술을 받은 뒤 구속집행정지 상태에 있는 박 전 장관은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李宙興 부장판사)의 심리로 23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두 눈을 거즈로 가리고 링거주사기를 팔에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반백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환자복 위에는 두꺼운 잠바를 입었으며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였다. 1심 재판을 받는 동안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날 박 전 장관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고개만 힘겹게 끄덕였다. 재판부가 “마스크를 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변호인은 “수술 후 안정을 취해야 하는 데다 감기 기운까지 겹쳐 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웬만하면 본인이 직접 대답하라”고 다시 말하자 박 전 장관은 그제야 생년월일과 주민번호를 느릿한 말투로 답했다. 재판부는 “최근 피고인이 협심증과 녹내장 수술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변호인은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재판에 참고하기 위해 이를 증명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녹내장이나 협심증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인 만큼 재판과정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치료나 수술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을 집중 심리할 계획이니 피고인도 몸 관리를 잘해 다음 기일부터는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변호인은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이 전 회장이 박 전 장관을 만나 돈을 건넨 시점으로 보이는 2000년 4월 14일 박 전 장관에게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 등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3월 8일 오후 2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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