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결과만 놓고 보면 지역 내 인지도가 경선을 좌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 총선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영입 인사들이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것과 달리 ‘토착 후보’들은 장기간 지역을 누벼 단기전인 경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화로 모집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공식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단 3일.
권 전 차관과 박정씨가 각각 최성(崔星) 전 청와대 행정관과 우춘환(禹春煥) 전 경기도의원에게 패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라는 것이다. 김성호(金成鎬·서울 강서을) 의원을 이긴 노현송(盧顯松) 후보도 강서구청장 출신이었다.
다른 관계자는 “총선이 지지도의 ‘넓이’에 달려 있다면 당 내 경선은 지지도의 ‘깊이’를 요구한다”며 “500여명의 경선 유권자를 얼마나 접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경선을 앞둔 15명가량의 영입 후보 가운데 상당수는 “본선경쟁력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당 지도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성(李海成·부산 중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최근 경쟁 후보의 과거 경력을 이유로 경선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당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선=풀뿌리 민주주의’를 거스르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심이다. 경선을 앞두고 있는 경제평론가 김방희(金芳熙·서울 서대문을)씨는 “사지로 몰아넣고 살아오라는 게 야속하지만 ‘게임의 룰’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서갑원(徐甲源·전남 순천) 전 대통령정무비서관도 “청와대 근무 경력을 알리는 것보다는 시장 상인을 자주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토로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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