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올인'에 지방자치 흔들린다

  • 입력 2004년 2월 24일 16시 33분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치권의 '총선 올인' 여파로 자치 행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매번 되풀이되고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의 대규모 사퇴와 소속 정당 변경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제17대 총선(4월15일)을 51일을 앞둔 24일 현재 행정자치부와 각 자치단체, 광역의회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마하거나 선거 지원을 위해 사퇴한 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은 각각 13명과 3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총선을 겨냥한 각 정당의 몸집 불리기 차원의 치열한 영입 전략에 따라 소속 정당을 바꾼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도 각각 13명과 50명에 이른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은 각각 248명과 609명. 결국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모두 10명 중 1명은 당선한 지 채 2년도 안돼 사퇴하거나 당적을 변경함으로써 지역 주민들과 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정치발전특별위원회 황대현(黃大鉉·66·대구 달서구청장)위원장은 "정치적 소신에 따라 사퇴하거나 당적을 바꾸었다면 비난하기 어렵겠지만 이번에 사퇴하거나 당적을 바꾼 상당수의 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은 개인적인 명리에 따라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의 사퇴는 곧바로 공약사업의 중단과 지방의회의 감시기능 약화를 불러오고 이는 결국 주민 피해로 이어지게 돼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의 소속정당 변경도 역시 정책기조와 인사정책의 변경을 가져옴으로써 적지 않은 후유증을 가져온다는 것.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의 한 간부는 "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들이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퇴하거나 소속 정당을 바꾸는 것은 투표 결과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지방자치가 더 이상 정치권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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