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예산 직접 짠다…올해부터 ‘톱 다운’ 제도 도입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26분


올해부터 정부 각 부처가 부처별로 미리 정해진 예산 한도에 따라 예산을 직접 짜는 사전 재원 배분(톱 다운) 제도가 도입된다.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새로운 예산편성방식을 보고했다.

사전 재원 배분제는 예산처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심의, 결정하는 종전의 방식과 달리 예산처가 예산의 총액 한도를 설정해 주면 각 부처가 그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부처별 예산 한도는 예산처가 각 부처로부터 5개년간 사업 및 지출계획을 제출받아 이를 검토한 뒤 국무회의 논의 등을 거쳐 결정된다. 예산 한도는 부처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SOC), 농어촌, 교육, 환경, 중소기업 분야별로도 결정된다.

예산 한도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포괄해서 정해지기 때문에 종전처럼 예산의 중복 편성이 줄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게 예산처의 설명.

예산처는 또 새로운 예산편성 방식이 도입되면 각 부처가 예산삭감에 대비해 무조건 과다 예산을 요구한 뒤 대폭 삭감되는 관행이 사라져 예산의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각 부처는 예산 한도가 정해지면 이에 맞춰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뒤 예산처 협의와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정부안을 결정하게 된다. 김 장관은 “사업별 심의에 주력했던 현행 예산편성에서는 자칫 국가적 우선순위와 전략적 목표 등을 소홀히 다룰 우려가 있었다”며 “이제 중기적 시각에서 재정 규모를 검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는 아직도 무조건 예산을 따내고 보자는 시각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 같은 새로운 방식이 제대로 정착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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