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1년-열정 앞세워 “우왕좌왕”성장률 2.9%로 “뚝”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26분


25일로 출범 1년을 맞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어떨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출발선부터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부정적 유산(遺産), 즉 신용불량자 문제와 금융 불안, 부동산값 폭등 등 잠재적 불안요인을 안고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 집행이 어려웠다고 정부측은 해명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그대로 수긍하는 경제전문가는 드물다.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기존의 문제를 증폭시키고, 새로운 문제점을 만들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대학교수 400여명이 경제 관련 시국 선언문까지 발표하면서 “경제 리더십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인기 영합주의와 아마추어적 열정만 있다”고 비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 ‘잃어버린 1년’=지난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에 시달렸다. 경제성장률은 2002년 6.3%에서 2003년에는 2.9%(추정)로 뚝 떨어졌다.

부도 기업도 5308개사로 전년보다 25%나 늘었다. 실업률은 3%대 후반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청년실업률(15∼29세)은 9%에 육박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신용불량자는 372만명으로 늘었다. 경제활동인구(올해 1월 2193만 명)와 비교하면 100명 가운데 16명이 신용불량의 멍에를 쓰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지난해 1∼9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21조5870억원으로 199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집값은 폭등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2월 말 989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당 가격은 올해 2월 현재 1138만원까지 뛰었다. 아파트 평당 가격은 작년 10월 한때 1154만원에 달했다.

내수와 투자 부진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암적 요인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전년보다 5.6%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6% 감소했다.

금융 부문의 불안정성은 더 심해졌다. 작년 초 ‘카드 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는 회사채 만기 연장과 대주주 출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3조치’로 봉합하려 했지만 결국 LG카드 문제로 비화됐다.

▽흔들린 원칙=수치로 드러난 정책의 결과물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정부의 ‘원칙 부재(不在)’. 특히 노사 관계에서 나타난 정부의 태도는 기업들의 투자 저하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낳았다.

작년 초 두산중공업 사태가 났을 때 정부는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노조측의 주장을 사측이 수용하도록 종용했다. 이어 민영화 반대를 주장한 철도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노조측의 손을 들어줬고, 화물운송노조의 집단행동에서도 경유세 인상분 전액 보조, 심야통행료 인하 등을 수락했다.

이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들끓자 철도노조 2차 파업에서는 경찰력을 즉각 투입하고 참가자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이전과는 180도 돌변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줄곧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측과 노측으로부터는 각각 ‘친(親)노조’와 ‘노동탄압 정부’라는 비난을 받았다.

▽“국민을 안심시켜야”=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가 남은 기간 제대로 평가받길 원한다면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지향적인 정책 집행을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장희(柳莊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경제 노선”이라며 “대통령의 이상한 메시지 하나가 하부 조직에서는 엄청난 기업 압박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또 “노무현 정부의 첫 1년은 실험과정이었다면 2년차부터는 경제 문제를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논리로 푸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 교수는 “노조 파업 등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원칙한 온정주의적 입장이 결국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번졌다”며 “인기에 영합하려는 임시방편보다는 시장은 시장원리에 맡기는 원칙을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1년간의 경제 성적표
2002년2003년
경제성장률6.3%2.9%(추정)
실질 국민총소득(GNI)322조2750억원321조5870억원
실업률3.7%3.7%
청년실업률(15∼29세)8.7%8.8%
신용불량자 263만명372만명
설비투자 증가율1.6%―4.6%
부도 기업4244개사5308개사
내수용 소비재 출하 증가율8.3%―5.6%
수출액1625억달러1938억달러
수입액1521억달러1788억달러
노사분규 생산차질액1조7177억원2조4972억원
서울 아파트 평당가989만원1138만원
실질 국민총소득은 2002년 1 "9월과 2003년 1 "9월 누적치. 실업률(청년실업률 포함)은 2003년 2월과 2004년 1월 기준. 신용불량자는 2002년 말과 2003년 말 기준. 아파트 평당가는 2003년 2월 말과 2004년 2월 현재. - 자료:산업자원부, 통계청, 한국은행, 부동산114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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