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盧 政資法위반 가능성”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46분


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경선자금 문제가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선 때 십수억원을 썼다”는 24일 노 대통령의 발언은 경선 당시 일부 자금을 불법적으로 조달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어서 민주당의 고발로 대검 중수부가 이달 초부터 벌이고 있는 경선자금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선자금에 관한 제도가 없기 때문에 홍보, 기획비용 등 여러 가지 것들을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다”고 불법 모금을 사실상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한발 더 나간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회견이 끝난 뒤 방송기자클럽 회장단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2001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둔 뒤 경선이 끝난 2002년 4월 말까지 사용한 금액”이라며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기간 중 노 대통령의 후원금 수입과 경선비용 지출액을 비교해보면 최소한 4억2000만원 이상을 불법 모금해 사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통령 취임 전까지 민주당 부산 북-강서을 지구당위원장이었던 노 대통령의 유일한 합법적 정치자금 수입창구는 지구당 후원회. 그리고 이 지구당의 2001년과 2002년 상반기 총후원금 모금액은 5억7586만원이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 재산을 쓰거나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 정치자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경선자금 자체는 선관위 보고사항이 아니지만 해당 회계연도의 전체 수입 지출 신고명세와 실제 수입 지출액에 차이가 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불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불법적인 의도로 경선자금이 사용됐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법 심판의 대상에 오르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노 대통령의 경선자금은 2002년 2월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에게서 받은 5000만원과 같은 해 3월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5000만원. 이 가운데 문 회장에게서 받은 5000만원은 경선후보 기탁금(2억5000만원)의 일부로 사용됐고 정상적으로 후원금 처리가 됐다.

한편 이날 노 대통령의 경선자금 발언은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회견 직후 파문이 예상되자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오찬장에서 노 대통령에게 ‘경선자금 문제가 기사화될 것 같다’는 요지의 쪽지를 건넸고, 노 대통령은 “그동안 비밀로 해왔는데, 오늘 (말이) 꼬여서 얘기하게 됐다”며 “경선이 끝나고 난 뒤 (캠프 관계자에게) ‘얼마냐’고 물었더니 10억원 조금 더 들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나를 포함해서 경선자금을 밝히는 것이 정치개혁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결단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이것으로 공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대선자금만 갖고도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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