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방송클럽회견]위법 문턱… 대통령의 ‘위험한 올인’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47분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자신의 경선자금이 1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SBS 목동 신사옥에서 열린 회견에 앞서 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자신의 경선자금이 1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SBS 목동 신사옥에서 열린 회견에 앞서 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4·15총선 ‘D―51일’인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작심한 듯 ‘열린우리당 띄우기’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날 KBS MBC SBS YTN 등 방송 4사와 CBS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2시간여 동안 생중계된 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 선거법 위반 논란과 함께 권력의 TV 독점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팔 걷어붙인 특정당 지지 호소=노 대통령은 특히 열린우리당의 예상 의석과 관련해 “선거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며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야당이 연일 “대통령이 지방 순회 행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모아놓고 관권선거를 부추긴다. 장관들의 잇단 선심정책 발표와 경찰의 ‘선거판 올인’에 따른 민생치안 실종도 대통령의 ‘총선 올인’ 때문이다”고 비난하고 있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한국의 정치가 어디로 가야할지, 나머지 4년을 제대로 하게 해줄 것인지,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것인지 국민이 분명하게 해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총선 의석 수와 자신의 재신임이 사실상 연계돼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와 관련해 “입당할 것이다. 내가 입당하지 않아도 열린우리당 당원인 것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입당하면 ‘대통령이 팔 걷고 나섰다’ ‘총선 개입 시작됐다’고 공격해 시끄러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선거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익명을 요구한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특정 당의 당원 자격으로 정당내부 행사에서 행한 발언이거나 단순히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얘기라면 몰라도 대통령이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선거법 86조) 및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판단은 발언 맥락 등에 대한 전반적 검토를 거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TV 독점 논란=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제히 “노 대통령이 귀중한 공중파를 남용하면서 국민을 어르고 속이는 ‘총선용 이벤트’를 벌였다”고 맹비난하고, “야당에도 노 대통령의 취임 1년을 평가하고 총선 대책을 설명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방송협회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야당의 반론권 요구를 받아들여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40분간 생방송 기자회견 기회를 준 전례가 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선거운동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꼴이 됐다”면서 “관변 미디어로 분류될 수 있는 방송사들이 앞뒤 가릴 것 없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그대로 방영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성철(姜聲澈) KBS 편성국장은 “야당이 야당 대표의 기자회견 방송 요구를 해오면 내부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신서(朴新緖) MBC 편성국장은 “이번 회견은 총선을 앞둔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1주년을 기념해 회견을 한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홍성주(洪性周) SBS 편성본부장은 “반론권 요청을 받으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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