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감정의 물결을 타고 취임한 노 대통령에 대해 미국인들은 처음부터 의심했지만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으로 문제는 극적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을 다루는 방법과 이라크전에 대한 이견,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오해, 청와대에서 잇따라 흘러나온 정치적 발언들은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관련기사▼ |
- 고스게 고이치 “적-친구 이분법 부적절” |
정부 관계자들은 양국관계가 튼튼하고 변함없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인들이 미국을 북한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놀라운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물론 이런 추세는 노무현 정부 이전부터 있었다. 이라크전과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도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대감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 그 나름의 ‘성공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수십년 동안 그 규모와 정도에 있어서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동맹으로 여겨졌다.
미국의 지원과 연대 요구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항상 우유부단하고 불확실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미국의 지원 요청에 가장 먼저 응하는 나라였다. 베트남전쟁에서도 미군과 함께 싸웠다. 1년 전만 해도 일본이 이라크에 파병을 하고 한국이 이 문제로 국내 정치적 갈등을 겪으리라고 생각했겠는가.
이런 문제들도 중요하지만 지금 한미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에 대한 분명한 이견이다. 역사적으로 북한의 위협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위협은 한미 사이를 점점 갈라놓는 원천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의 변호사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전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끔찍한 9·11테러와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줄어드는 것은 6년에 걸친 햇볕정책의 부산물이다. 이런 북한에 대한 이견이 미국을 보호자보다 침략자라는 인상을 주게 만들고 있다.
북한에 대한 한미간 이견이 전적으로 노 대통령이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 동안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동맹의 미래에도 결국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고든 플레이크(미국 맨스필드재단 소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