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출신 변호사로 민주화운동을 했고 정치 엘리트에 도전해 이겼다. 정치권력 면에서 아웃사이더의 생활이 길었기에 최고지도자가 되어서도 기득권층에 얼굴이 통할 만한 조언자가 주변에 거의 없다. 코드가 맞는 사람만 불러 모아놓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신념에 찬 견해를 밝히며, 충분한 조정과 상담을 거치지 않고 실행하려다 보니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정치행동도 닮았다.
‘길고도 짧은 1년.’
노 대통령도,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도, 한국민도 이렇게 느끼고 있지 않나 싶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왜 이해해주지 않느냐’며 성질을 부리고 있을지 모른다.
‘피어린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찾으려 했던 70년대와 80년대, 그 민주주의를 제도화해 온 90년대를 거쳐 한국은 이제 민주주의의 성숙을 바라보는 시대에 들어섰다. 시대적 요청이 노무현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1년 전 서울에 근무할 때 필자는 노 대통령 취임식을 보고 아사히신문에 이렇게 썼다.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노 대통령의 방향성은 옳다고 믿는다. 성원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취임해서 1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진영을 포함한 대선자금 의혹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됐다. 이는 정화와 참여, 투명함에 의해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데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현실과의 괴리가 동서고금의 역사적 아이러니라는 점을 납득해야 한다. 적대자 편에서 보면 ‘이상의 추구’는 배격의 대상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인 한나라당은 내부대립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아직 수적으로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실적 수완이 필요하다. 적이냐 친구냐의 이분법은 어울리지 않는다. 최고지도자인 까닭에 불쑥 내뱉은 말은 혼란을 확대 재생산한다. 안정성과 신뢰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토론이 동료 집단 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속도가 느린 ‘직구’만으로는 국정에 대처할 수 없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며 부담을 느낀다. 외국, 더구나 일본인이 한국 지도자에 대해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비판은 각오한다. 밖을 향해 잘난 척할 만큼 오늘의 일본 정치판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고스게 고이치(小菅幸一) 아사히신문 한반도담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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