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이례적으로 “북한이 이번엔 뭔가 양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도 이날 일본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전면 폐기할 수도 있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회담전략인 정부의 3단계 해법을 내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3단계 해법의 1단계는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엉켜버린 실타래를 ‘구두 약속’으로라도 풀어보자는 취지이다.
2단계는 북한이 핵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영구 폐기할 경우 5개국이 ‘사실상의 보상’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모든 핵’에 대해 ‘현상동결-검증-실제 폐기-검증’이라는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핵 활동을 일시 동결할 경우 이를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주변국의 사전 보장도 없이, 무조건적인 핵 포기를 강요할 경우 궁지에 몰려 있는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가 강조하는 논거이다.
반면 미국은 “일시 동결은 무의미하다”며 북한의 무조건적 핵 폐기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기 때문에 이 같은 안을 과연 미국이 수용할지가 2차 회담의 최대 관심사다.
물론 2단계 방식을 놓고 북-미 양측이 회담에서 입씨름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이 폐기해야 할 ‘모든 핵’에 북한이 존재를 극구 부인하는 고농축우라늄(HEU·Highly Enriched Uranium) 방식의 핵도 포함할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까다로운 사찰을 쉽게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협상실무자들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HEU 문제로 회담이 결렬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북한의 의견을 절충한 ‘복안’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첫날 기조연설 및 본 회담에선 ‘HEU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폐막식에서 채택할 6개국 공동발표문에는 ‘모든 핵을 폐기한다’는 수준으로 두루뭉술하게 거론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차관보는 24일 밤 남북한 양자 접촉을 마친 뒤 “북한이 우라늄핵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우라늄핵은 미국의 조작”이라는 북한의 과거 주장에 비춰볼 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해법의 3단계는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한 뒤의 사후조치에 관한 것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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