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정말 탄핵 받으려는가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27분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그제 방송클럽 회견 내용이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고 보고 민주당과 탄핵 추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도 노 대통령이 불법 경선자금을 썼다고 시인한 만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면 탄핵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산발적으로 탄핵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두 야당이 동시에 공식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해선 안 된다. 취임 1주년 회견에서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를 호소했으니 어떤 야당이 가만히 있겠는가. 대통령이 탄핵 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작년에도 “민주당을 지지하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중앙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받지 않았는가. “대통령인지 열린우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불법 경선자금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듯싶다. “십수억원을 썼다”고 하고서도 수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자금도 고통스러우니 경선자금은 공방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화갑 민주당 의원은 SK에서 4억원의 불법 경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같은 불법 경선자금인데 누구는 문제가 되고 누구는 문제가 안 된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행여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렇게 말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탄핵감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나 호오(好惡)를 떠나 탄핵사태가 온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치공세 차원에서라도 탄핵 소리가 쉽게 나와서는 안 된다. 하물며 대통령이 이를 자초하는 언행을 계속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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