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 보유를 확신하는 반면 북한은 보유사실을 부인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HEU 위기의 발단=북한이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추궁에 “우리는 (우라늄 핵보다) 더한 것도 갖고 있다”고 시인한 것이 단초다.
북한은 처음엔 부인하다 나중에 이를 시인했는데, 북한이 꼼짝할 수 없도록 당시 켈리 차관보가 제시한 ‘증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다고 미국이 발표한 이후 북핵 위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993∼94년 1차 북핵 위기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 문제로 촉발된 것과는 달리 최근 위기의 본질은 HEU이다.
북한은 2002년 말 영변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의 국제사찰단원을 추방한 뒤 재처리를 재개했다. 플루토늄 핵개발은 북-미 양측이 다 알고 있는 문제여서 새삼스러운 논란 대상이 아니다.
▽왜 HEU가 논란이 되나=우라늄 핵은 플루토늄식과 달리 미국이 첩보위성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 북한이 지름 40∼50cm, 높이 2m 크기의 소형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핵연료를 추출하더라도 수십개 단위로 분산시킬 수 있어서 위치 확인이 어렵다. 또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크립톤85 가스가 HEU를 통한 핵개발 때는 방출되지 않아 미국의 첩보위성이 증거를 포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설령 HEU 프로그램을 시인하더라도 사찰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진 신고’한 원심분리시설 이외에 추가 시설이 있는지를 미국으로선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HEU 문제는 핵 문제 이전에 북한과 미국의 상호불신이 먼저 해결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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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번 회담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몽둥이로 때리려니까 우리로선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며 플루토늄 핵개발은 인정했지만 “우라늄은 없다”고 버텼다. 그는 “미국이 우리에게 이실직고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증거가 없다는 뜻 아니냐”고 켈리 차관보에게 되물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 부상은 “미국이 증거가 있다고 하니 향후 실무회담에서 논의는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아예 없다고 버티는 것은 곤란하다”는 한국 정부의 설득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북한은 지난 17개월 동안 HEU에 대해 “미국이 조작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일단은 이에 대한 미국과의 논의를 뒤로 미룬 채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동결하는 선에서 핵위기의 돌파구를 찾으려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기술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 뒤 미국이 취하고 있는 행보는 주목된다.
미 행정부의 전직 고위관리는 최근 본보에 “핵기술을 제공한 파키스탄 과학자에게 미국정부가 최근까지 ‘기술 제공사실을 입증할 문서’를 달라고 압박했으나 문서입수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북강경파인 미 국무부 존 볼턴 군축 담당 차관보의 특별보좌관인 마크 그룸브리지가 2차회담 직전 미 대표단에 합류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선 미국이 ‘추가 증거’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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