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日, 우리국민 가슴에 상처주는 발언 안돼"

  • 입력 2004년 3월 1일 18시 4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일 사실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미묘한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에 대해 한마디 꼭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절제하는 것이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양국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 지각없는 국민이나,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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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적 지도자’는 지난달 27일 “앞으로도 매년 신사참배를 강행하겠다”고 발언한 고이즈미 총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굳이 역사적 사실을, 오늘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법 제도의 변화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과 정부가 절제할 수 있도록 일본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측이 미리 배포한 기념사 원고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으나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원고를 직접 수정해 이 대목을 포함시켰다.

노 대통령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과 관련해서는 “‘간섭’ ‘침략’ ‘의존’의 상징이 어엿한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국민의 품에 돌아올 것”이라고 평가한 뒤 “머지않아 한국군 중심의 안보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스스로 자주와 독립을 지킬 만한 넉넉한 힘을 갖고 있다. 친미냐 반미냐 이렇게 얘기하지 말자. 친미냐 반미냐가 우리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항일을 했던 사람, 친일을 했던 사람,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던 사람들 사이에 맺혀 있는 갈등과 좌우 대립 사이에 생겼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용서하고 화해하는 지혜를 만들어가자”고 국민통합을 강조한 뒤 “동(東)이다 서(西)다 나라를 지역으로 갈라서 정당이 뭉치고 감정대립을 하는 정치도 이제 끝을 내자”고 말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런 인식은 노 대통령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논평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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