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가 2일 사실상 문을 닫는다. 본보는 유권자들의 총선후보자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는 뜻에서 ‘4·15총선 후보자 정보공개 운동’을 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16대 의원들의 4년간 의정활동을 종합평가했다. 이번 평가는 각 의원의 임기 중 활동을 연속적 계량분석(Sequential Data Analysis)을 통해 분석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첫 시도다. 평가 방법은 의원들의 상임위 국정감사 입법 활동을 중심으로 발언횟수 이슈제기 정책대안능력 입법발의 건수 및 채택률 등 모두 15개 지표에 의한 정량(定量) 및 질적 분석을 토대로 이뤄졌다. 경실련 평가자료 외에 한국유권자운동연합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국감모니터시민연대 NGO국감모니터단 등 다른 시민단체들의 평가 자료도 모두 반영됐다. 종합평가점수는 상임위 활동과 국정감사에 각각 600점, 200점을 배정해 총 800점 만점이다.》
본보와 경실련의 의정활동 평가 결과 16대 국회의원 중 열린우리당 김홍신(金洪信) 전 의원,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나라당 여성 의원인 전재희(全在姬·환경노동위), 김정숙(金貞淑·교육위) 의원이 4, 5위로 뒤를 이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2000년부터 내리 3년간 의정활동 1위를 차지해 종합점수 713.64점(800점 만점)을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89.2점).
이번 조사는 16대 국회를 거쳐 간 258명의 전현직 의원을 대상으로 했다. 271명의 현역의원 중 최근 보궐선거와 전국구 승계로 의원이 돼 평가자료가 부족한 20명과 전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의원, 무소속 박관용(朴寬用) 의원은 평가에서 각각 제외했다.
평가대상 의원 중 좋은 평가를 받고도 낙마한 의원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22위) 이원형(李源炯·52위) 의원, 열린우리당 김성호(金成鎬·56위) 의원 등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천심사 또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15위) 정문화(鄭文和·41위) 의원, 민주당 정범구(鄭範九·81위) 의원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는 성실한 의정활동과 현실정치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의정활동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의원은 164점에 그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국방위) 총재로 상임위에서 발언이 거의 없고 회의참석률도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속 정당별 평균점수는 열린우리당이 502.38점(100점 만점 기준 62.8점)으로 가장 높고 한나라당 498.92점(62.37점), 민주당 496.47점(62.06점), 자민련 410.6점(51.33점) 순으로 나타났다.
선수별로는 초선이 평균 525점(65.63점), 재선 510점(63.77점), 3선 443점(55.4점)으로 선수가 높을수록 의정활동이 저조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3선 이상 가운데 상위 25%에 든 의원은 조순형(2위) 김정숙(5위·3선) 장영달(張永達·열린우리당·36위·3선) 신영국(申榮國·한나라당·60위·3선) 김충조(金忠兆·민주당·63위·4선) 의원 정도. 반면 하위 25%에 해당하는 65명 의원에는 초선이 8명, 재선 10명, 3선 19명, 4선 15명, 5선 이상이 13명이나 포함됐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李政熙·정치학) 교수는 “다선일수록 당직이나 국회직에 머물러 ‘큰 정치’에만 몰두할 뿐 국회의원의 기본임무인 입법 및 국정심의 활동에 소홀하게 되는 정치시스템은 조속히 의회중심, 의원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立法발의 48건 조웅규 1위-출석률 96% 박혁규 1위▼
한나라당 조웅규(曺雄奎·48건) 의원이 16대 국회에서 의원입법 발의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1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홍신 전 의원(42건)과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36건)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4년 동안 한 건의 입법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도 39명으로 전체 의원의 14%나 됐다.
선수별로는 5선 이상 의원이 평균 발의건수 2.35건, 3, 4선은 각각 1.63건으로 의원별 전체 평균 발의건수(5.73건)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초선 의원은 9.58건, 재선은 6.3건으로 선수가 적을수록 입법 발의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834건, 열린우리당 331건, 민주당 313건순이었다.
그러나 모두 1907건의 의원입법 발의 총 건수 중 원안가결 또는 수정가결된 것은 491건에 불과해 법안확정률이 26%에 그쳤다. 정부측 제출법안의 확정률(제출법안 수 595건, 가결 424건)인 71.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법안제출을 민원성 또는 실적과시용으로 남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의원당 평균 발의건수인 5.7건 이상 발의 의원 중 가결률이 높은 의원으로는 한나라당 신영국 의원으로 8건 발의에 6건이 가결됐다.
한편 의원들은 본회의와 상임위의 평균출석 의무일수인 305일 중 평균 251일을 출석해 평균출석률 82.25%를 기록했다. 소속당별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평균 261일(84.25%), 민주당 233일(81.28%), 열린우리당 251일(78.67%)을 출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석률 1위는 한나라당 박혁규(朴赫圭·96.49%) 의원이 차지했고, 민주당 박인상(朴仁相·96.41%),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96.03%)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1, 2, 3위 모두 초선의원이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덕규(金德圭) 의원은 4선 중진임에도 출석률 4위(95.68%)를 차지해 높은 성실도를 보여줬다.
▼각당 지도부 성적 趙대표 빼곤 모두 뒷줄▼
각종 당무와 대외활동으로 의사당을 찾는 일이 상대적으로 드문 각 당 지도부의 의정활동 성적은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2위)를 빼고는 대체로 뒤에서 찾는 게 빨랐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210위에 머문 것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199위,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전체 평가대상 중 최하위(258위)를 차지했다. 원내 전략 사령탑들의 경우에는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가 그나마 평균 이상(116위)을 지켰을 뿐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234위)와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236위), 민주당 유용태(劉容泰·243) 원내대표가 모두 200위권 밖에 머물렀다.
반면 여성의원들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우수했다. 16명에 이르는 16대 국회의 전 현직 여성의원 중에서 의정활동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의원은 한나라당 전재희 김정숙,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과 열린우리당 허운나(許雲那) 이미경(李美卿) 전 의원 등 5명이었다. 여성의원의 평균 순위는 103위로 평가대상으로 삼은 전체 의원 가운데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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