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비서관은 2일 오전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발적 참여자 보다 조직을 통한 동원이 많은 선거인단으로 인해 경선(열린우리당 대전 서을)에서 졌다고 경선 방식의 문제점 지적했다.
그는 상대 후보인 구논회씨가 450명의 선거인단을 미리 확보하고 동원해 경선에 참여시켰다는 '소문'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경우 지지를 약속한 자발적인 경선참여자 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며 사실상 압도적으로 이긴 선거라고 주장했다.
후보 5명이 참여한 이번 대전 서을 경선에서는 구 후보가 450표를 얻어 150표를 얻은 박 후보를 크게 눌렀다.
박 전 비서관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메일의 처음과 끝에 절대 경선 결과에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었다.
◆박범계 전 비서관의 이메일 전문◆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절대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어쩌면 당의 이미지를 훼손할 까봐 걱정도 되지만, 이미 수차례 보도된 것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보도 자료도 아닙니다.
저는 작년 말에 청와대 비서관직을 사임하고, 지역에 내려와서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다른 지역의 경선결과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저 또한 경선으로 가면 조직 동원이 가능한 지역의 토착후보에게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명분상 경선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돈과 조직의 동원 없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지금의 경선방식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경선을 치르고 나서 느낀 점을 담담하게 몇 가지를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먼저 자발적 경선 참여자가 적어도 과반수는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따라서 연설이나 경력, 여론조사 등에서 앞서는 제가 자발적 경선 참여자 중 과반수의 지지를 얻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었습니다.
그러나 경선당일 막상 각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진행하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250여명의 선거인단만이 자리에 착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설이 끝난 4시 이후에 500여명의 선거인단이 밀어 닥쳤습니다. 지역 언론의 기사에 의하면 구논회 후보가 자신의 약한 연설수준에 동원한 선거인단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 연설이후에 동원을 시켰다고 합니다.
1위를 한 구논회 후보는 원고를 읽는 수준의 떨어지는 연설능력과 규정된 연설시간을 넘기는 해프닝을 벌였습니다. 당일 유세는 제가 압도적으로 이겼고 훌륭했다고 디트 뉴스 등의 지역 언론에서도 소개를 하였습니다.
저는 경선당일 오전에 저를 지지한다고 미리 저희 캠프에 연락을 준 150명의 경선 참여 선거인단에게 선거참여를 위한 독려전화를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80여명만이 경선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구논회 후보는 450명의 선거인단을 미리 확보하고 거의 대부분을 동원해서 참여시켰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총 389표를 획득한 구논회 후보는 자신이 확보하고 동원한 조직적인 선거인들에서만 득표를 했으며, 일부는 이탈한 셈입니다.
저는 제가 사실상 동원(?)했다고 할 수 있는 80명 외에 자발적 참여자 170명의 지지를 얻어 250여 표를 득표했습니다. 총투표 727표에서 구논회후보 450표, 여인철후보 50표, 이강일후보 30표, 저의 동원표 80표를 합하면 610표로 자발적 참여자는 120여 표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는 자발적 참여자 전부의 구후보 조직표 일부를 잠식한 것이 되어 사실상 제가 압도적으로 이긴 선거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 경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며, 경선에 늦게 참여한 지역연고가 없는 정치신인으로서의 한계와 우리당 국민 참여 경선방식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를 말씀드리고자 할 뿐입니다.
2003년 3월 1일 열린우리당 대전서을 경선후보 박범계 올림
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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