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친일세력' 옹호 논란

  • 입력 2004년 3월 3일 14시 59분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親北이 親日보다 열배나 나쁜 일곱 가지 이유’라는 글이 네티즌 사이에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대표는 이 글에서 “친북은 친일에 비해 보다 의도적이고, 보다 어리석고, 보다 반역적이고, 보다 위선적이며, 보다 비양심적이고, 보다 무능하다”며 “세상이 바뀐 뒤 남북한의 민족으로부터 당할 복수와 응징도 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조 대표가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 행위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자 친일세력과 친북세력을 비교하는 형식을 통해 친일세력을 적극 옹호했다고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한편에선 ‘친일파 단죄’를 빌미로 보수세력을 압살하려는 좌파 세력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조 대표를 거들고 있다.

▽조갑제 대표 “친북이 친일보다 열배나 나빠”▽

조 대표는 “친일은 거의가 일제의 강압에 의해서 이뤄졌지만 친북은 자발적”이고 “친일은 거의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이길 것이란 정보부족 사태에서 이뤄졌지만 친북은 북한정권의 실정과 만행이 알려진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어 “친일분자들은 동족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친일의 대가로 근대 국민국가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과학, 기술, 행정, 기업경영 능력을 배워 대한민국이 건설되자 그 기량을 써서 애국했다”며 “반면 친북은 우월감과 억지를 깔고 공격적이며 무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친북은 자신들의 반역성을 감추기 위하여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를 부관참시하려는 마녀사냥을 꾀한다”며 “친일파 청산을 외침으로써 친북파는 자신들의 민족반역성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끝으로 “과거의 전력으로부터 친북이라 오해받고 있는 사람들은 공개적인 참회와 고백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천명해두어야 세상이 바뀌었을 때 억울한 피해를 피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조 대표는 친일옹호자”VS“친북세력이 더 위험”▽

조 대표의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네티즌 ‘sweetrealist’(엠파스)는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세력이라는 말은 조 대표의 억측”이라며 “친일세력은 사전으로 편찬될 만큼 명확한 증거가 있으며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히려 반공을 앞세워 과거 행적을 감춘 것은 친일파들”이라고 주장했다.

‘정의’(프레시안)는 “친일파들이 일제로부터 배운 기술로 조국 건설에 앞장섰다는 망발은 집어치우라”며 “조대표는 나라를 구하겠다고 외치다 무참히 죽음을 맞이한 많은 영령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로라’(오마이뉴스)는 “조 선생은 애국지정으로 날을 지새는 우익의 표상”이라며 “그의 말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좌익의 준동에 맞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좌익의 머리속에는 김정일과 골고루 못사는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 뿐”이라고 주장했다.

‘비판자’(프레시안)는 “친일파 청산 주장이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친북세력 척결도 주장해야 마땅하다”며 “이미 땅속에서 썩어 흔적도 안남은 친일파들의 죄상에 대해서는 그리 흥분하는 애국자들이 동족의 탈을 쓴 악마들의 만행에 침묵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비꼬았다.

다음은 조 대표가 쓴 글 전문이다.

▽‘親北이 親日보다 열배나 나쁜 일곱 가지 이유’ ▽

1. 의도성: 親日은 거의가 日帝의 강압에 의해서 이뤄졌지만 親北은 자발적이다.
2. 어리석음: 親日은 거의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이길 것이란 정보부족 사태에서 이뤄졌지만 親北은 북한정권의 실정과 만행이 알려진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3. 반역성: 親日은 조국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지만 親北은 조국이 엄연히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국가반역이다.
4. 위선성: 親日분자는 일본식 생활을 따라 했지만 親北은 자본주의적 생활을 하면서 말로써만 친북을 주장한다. 보다 위선적이다.
5. 양심 마비: 親日분자들은 동족에 대해 죄책감과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친북세력은 오히려 우월감과 억지를 깔고서 공격적이다.
6. 무능성: 親日분자들은 그 친일의 대가로 근대 국민국가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과학, 기술, 행정, 기업경영 능력을 배워 대한민국이 건설되자 그 기량을 써서 애국했다. 친북세력은 김정일로부터 무엇을 배워 통일 후에 나라를 위해 쓸 것인가. 속임수? 선동술? 위선?
7. 악랄성: 친북은 자신들의 반역성을 감추기 위하여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를 부관참시하려는 마녀사냥을 꾀한다. 친일파 청산을 외침으로써 친북파는 자신들의 민족반역성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親北은 親日에 비해 보다 의도적이고, 보다 어리석고, 보다 반역적이고, 보다 위선적이며, 보다 비양심적이고, 보다 무능하다. 따라서 세상이 바뀐 뒤 남북한의 민족으로부터 당할 복수와 응징도 보다 심각할 것이다.
과거의 전력으로부터 친북이라 오해받고 있는 사람들은 공개적인 참회와 고백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천명해두어야 세상이 바뀌었을 때 억울한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친북세력에게 올해는 1944년쯤 될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지만 길지는 않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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